SNS에 올린 내 아이 사진, 아이가 동의했나요?

2021. 7. 23. 18:06특집

 

 

SNS에 올린 내 아이 사진, 아이가 동의했나요?

세이브더칠드런 ‘셰어런팅 인식 개선 캠페인’

‘랜선 이모’, ‘랜선 삼촌’이란 용어에서 짐작하듯

부모들이 사랑스러운 자녀의 일상 모습을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는 일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셰어런팅(sharenting)’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셰어런팅 다시보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 NGO 관계자의 글을 소개한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

셰어런팅으로 아동이 노출되는 위험은 성범죄만이 아니다.

일상의 정보에는 아동의 개인정보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게시물 하나에 담긴 개인정보가 많지 않더라도

과거에 올린 게시물 속의 다른 개인정보와 조합된다면 상세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최근 포털 메인 페이지에 올라온 한 TV 프로그램 영상의 섬네일(미리보기 이미지)과 제목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당 방송의 원래 내용은 부모의 잦은 다툼으로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겪는 아이가 염증이 생길 정도로 가슴을 긁는 행동을 보여 이를 해결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섬네일과 제목에는 이러한 맥락이 사라진 채 “찌찌를 긁으면 까칠까칠해서 좋아…”와 같이 성적 암시만이 남았고, 출연한 아동의 얼굴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자녀의 출연 ‘동의’, 정말?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섬네일 자체로 분노와 우려가 차오르는 일이다. 그런데 숨을 고르고 한 차원 더 깊이 생각해보자. 맥락과 상관없는 성적 대상화는 분명 문제이고 대응해야 할 사안이지만 섬네일이 아니었더라면 해당 TV 프로그램은 출연 가족으로부터 동의를 받았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방송 출연을 희망하는 보호자에게 방송사가 제시하는 프로그램 출연 신청서에는 당사자인 자녀의 출연 동의 여부를 꼭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서 ‘동의’란 어떤 의미일까? 영국 <BBC>는 자체 가이드라인에서 출연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연자로부터 ‘숙지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출연 예정자가 프로그램 제작 계획의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에서 자유 의지로 동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충분한 지식 안에는 촬영의 목적이나 내용뿐 아니라 촬영 내용이 온라인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편집된 형태로 재사용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콘텐츠가 전 세계로 무기한 배포될 수 있다는 점도 포함한다.

따라서 아동이 이러한 의미의 동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출연 영상이 TV에서만 방영되는 것이 아니고 포털 사이트와 SNS를 비롯해 여러 온라인 채널에도 일부만 편집되어 올라갈 수 있다는 점, 그리하여 그것을 본 어떤 사람들은 특정 장면만을 갈무리해서 다른 맥락으로 (때로는 불쾌하거나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이렇게 사용된 이미지나 영상은 해당 방송을 내리더라도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방송뿐 아니라 ‘육아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아동이 출연하여 일상을 공개하는 프로그램 속 아동은 이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온라인 속 내 아이의 개인정보

그런데 이제 이런 일은 방송 출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호자가 아이와의 일상을 공개하는 일이 더 이상 방송사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요 소셜 미디어에서 육아와 관련된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천만에 이르는 검색 결과가 뜬다. 광고 효과를 노린 기업의 게시물도 포함되어 있지만 상당수는 일상적인 아동의 모습이 담긴 게시물이며, 아동의 보호자가 올린 것이다.

쇼핑과 오락처럼 우리의 많은 일상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듯 보호자가 아이와 보내는 일상을 온라인으로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이렇게 아이에 관한 사진이나 영상, 글 등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것을 두고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을 합성해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셰어런팅이 무작정 해로운 것은 아니다. 아이와의 삶을 타인과 공유하는 데에는 유익한 점도 있다. 지역 공동체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온라인을 매개로 평범한 양육의 경험을 나누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비슷한 상황에 놓인 보호자끼리 지혜와 위로를 나누며 양육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심코 온라인에 올린 아이의 일상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앞서 소개했던 방송 클립의 섬네일에 출연 가족의 뜻과 상관없는 선정적 제목이 붙었던 것처럼 온라인상에 보호자가 올리는 아이의 사진이 보호자의 뜻과 무관하게 변형되고 배포될 수 있다. 호주 사이버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는 소아성애 성향 범죄 사이트 내 게시된 이미지 중 절반 가까이가 원래는 보호자가 자녀와의 일상을 나누거나 기념하려고 소셜 미디어에 올린 평범한 사진들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셰어런팅으로 아동이 노출되는 위험은 성범죄만이 아니다. 일상의 정보에는 아동의 개인정보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아동의 나이와 생일, 가족 관계, 사는 동네,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의 정보가 사진의 배경, 또는 무심코 작성한 글 속에 드러날 수 있다. 게시물 하나에 담긴 개인정보가 많지 않더라도 과거에 올린 게시물 속의 다른 개인정보와 조합된다면 상세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영국의 다국적 금융 서비스 기업인 바클레이(Barclays PLC)는 2030년 갓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일어날 신분 도용의 3분의 2가 셰어런팅된 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아동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셰어런팅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아동의 목소리에 우리는 귀기울여야 한다. 2020년 3월 스웨덴에서는 4~15세 아동을 대상으로 셰어런팅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 아동들은 ‘친척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에는 평균 7.0점으로 높은 점수(0점은 전혀 괜찮지 않다, 10점은 아주 괜찮다)를 매긴 데 반해,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 행위’에는 4.0점,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3.2점으로 낮은 점수를 주었다. 셰어런팅에 대한 생각을 주관식으로 물어본 질문에는 ‘사진을 올리기 전에 물어봐 달라’, ‘먼저 물어보고 싫다고 하면 그 말을 들어 달라’,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물어봐 달라’,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는 보호자가 어떤 내용으로 쓸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사실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 우리가 다른 지인들과 사진을 찍고 올릴 때 허락을 구하는 당연한 절차를 아동에게도 적용해 달라는 요구였다.

보호자가 아이를 일부러 위험에 노출시키려고, 혹은 아동의 사생활을 침해하려고 셰어런팅을 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온라인 미디어가 세상과의 소통에서 빠질 수 없는 창구가 된 이 시대에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해결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아동의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보호자를 비난하기에 앞서 보호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동시에 정보의 주체인 아동에게도 자신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최근 세이브더칠드런이 배포한 ‘SNS 속 나의 정보 찾기’ 활동 꾸러미는 아동과 보호자가 셰어런팅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SNS 사용 규칙을 함께 만들어가도록 제작됐다. 활동 꾸러미에는 먼저 셰어런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아동 안전의 문제를 웹툰으로 알아보고, 일러스트로 재현한 SNS 게시물을 통해서 온라인상에 의도치 않게 노출될 수 있는 아동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활동 자료가 있다. 또한, 활동 후 아동이 바라는 점을 표현할 수 있는 활동지와 안전하게 SNS를 이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는 해당 꾸러미를 가지고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다. 아동들이 활동을 하며 정성껏 표현한 그들의 목소리는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스웨덴 아동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동을 보호할 책임은 보호자에게

아동의 목소리와 함께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더 있다. 보호자는 아동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아동이 동의했다는 것이 아동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부모의 책임을 면제해주지는 않는다. 작년 11월 진행한 ‘2020 아동·청소년과 미디어 포럼: 우리 가족 랜선 라이프 다시보기’에 참여한 분의 이야기로 글을 맺고자 한다.

“저는 20대 남성이고 아이는 없지만 주변 분들의 아이 사진에 좋아요, 댓글은 열심히 다는 흔한 랜선 삼촌입니다. 제가 지금 조카라고 부르는 아이들 사진이 나중에는 그 사람의 부끄러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관점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건 종종 힘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미 너무 자라버린 것인지, 잊어버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기회로 잠시나마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CJ파워캐스트가 온라인 환경에서의 아동 보호를 위해 선보인 홍보 영상 갈무리. 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uJ8MHplY0-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CJ파워캐스트>

 

 

아동과 보호자가 셰어런팅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SNS 사용 규칙을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이 배포한 ‘SNS 속 나의 정보 찾기’ 꾸러미 구성품. <사진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SNS 속 나의 정보 찾기’ 꾸러미를 이용하여 온라인 환경에서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에 관한 수업에 참여한 서울 소재 초등학교 아동들의 작품. <사진 출처: 지도교사 박유신>

 

 

세이브더칠드런이 제시하는 ‘아이를 지키는 셰어런팅 가이드라인’. <사진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참고자료

1. BBC, Guidance: Informed consent, https://www.bbc.com/editorialguidelines/guidance/consent, 2021.7.11. 접속

2. Battersby, L. Millions of social media photos found on child exploitation sharing sites, The Sydney Morning Herald, https://www.smh.com.au/national/millions-of-social-media-photos-found-on-child-exploitation-sharing-sites-20150929-gjxe55.html 2021.7.8. 접속

3.Sarkadi. A 외, Children want parents to ask for permission before ‘sharenting’, Journal of Paediatrics and Child Health 56(6):98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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