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공통 규칙 정하고 부모가 먼저 모범 보여야

2021. 7. 21. 15:35특집

 

 

가족 공통 규칙 정하고 부모가 먼저 모범 보여야

자녀의 미디어 이용 지도,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부터 온라인 등교가 늘어나면서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시간도 자연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이들의 스마트폰 과의존과 중독의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혜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부모의 미디어 중재는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 양상에 따라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의 미디어 지도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기반으로 상황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유형을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증가한 데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3~9세 어린이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약 4시간 25분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인 1시간을 넘어섰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서는 10대 청소년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전년도 대비 36분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두 가지 변화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첫째,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 동영상 시청도 미디어 이용 시간에 포함됐다(김도희, 2021.3.30.). 둘째, 코로나19 이후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도 증가했다(은기수, 2020.11.10.). 즉,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수업부터 게임·SNS·동영상 시청까지 다양한 형태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고, 실질적인 미디어 이용 시간 역시 증가했다. 더불어 부모와 자녀가 상호작용하는 물리적인 시간 역시 증가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미디어를 둘러싼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은 어떠한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부모의 미디어 중재 유형 세 가지

자녀를 향한 부모의 미디어 중재 유형은 제한적(restrictive), 설명적(instructive), 공동 이용(coviewing)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Valkenburg, Krcmar, Peeters, & Marseille, 1999).1) 제한적 유형 자녀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나 콘텐츠 등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자녀의 미디어 이용에 관한 규칙 만들기도 이 유형에 포함된다. 설명적 유형 자녀에게 미디어 콘텐츠의 내용이나 장단점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등장인물의 말이나 행동부터 미디어 콘텐츠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점까지 다양한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동 이용 유형 부모와 자녀가 같은 미디어를 함께 이용하면서 경험을 공유하는 유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제한적 유형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만 3~9세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자주 사용하는 지도 방법을 5점 척도로 질문했을 때, 책임 있는 미디어 이용을 가르쳐주고(3.12점) 미디어 이용 방법을 설명하기(3.19점)보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동안 자녀의 옆에 있거나(3.60점) 이용 내역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3.72점)을 더 자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현재의 부모-자녀는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함과 동시에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함께 증가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부모와 자녀가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일방적인 미디어 이용 통제나 제한의 경험으로 채우기보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미디어 이용에 발맞추어 여러 가지 중재 유형을 복합적으로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미디어 중재 유형에 관한 연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제한적 유형은 자기통제 수준이 낮은 아동의 미디어 이용 시간을 감소시킬 수는 있으나 의존적 사용과는 관련이 없었다(Lee, 2013). 제한적 유형은 남자 중학생의 성인용 앱 다운로드 감소와 관련이 있지만, 여자 중학생이나 남·여 고등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았다(이창호·이숙정, 2016). 해당 연구에서는 부모의 미디어 중재 유형보다 부모-자녀 간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등의 부모 애착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청소년의 온라인 유해 정보에 대한 노출 역시 부모-자녀 간 신뢰가 형성된 상태에서 제한적 유형의 중재를 사용한다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부모-자녀 간 신뢰가 없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이혜미·양소은·김은미, 2016). 부모의 제한적 중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게임 이용 시간을 감소시킬 수 있으나 지나친 제한은 다른 미디어의 이용량 증가 혹은 부모를 향한 심리적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임소혜·조연하, 2011). 3~9세 어린이를 자녀로 둔 부모 대상 연구에서도, 디지털 게임과 관련하여 자녀를 처벌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죄책감을 유발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Van Petegem, de Ferrerre, Soenens, van Rooij, & Van Looy, 2019).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제한적 유형은 부정적인 효과가 우려되는 미디어 이용의 물리적인 시간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할 수 있으나, 부모-자녀 간 상호 협의 및 신뢰를 바탕으로 일관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부모-자녀 간 관계 중요

설명적 유형과 공동 이용의 경우 아직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설명적 유형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한 일부 선행 연구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나 위험 등에 관해 부모가 자녀에게 충분히 설명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김형지·정세훈, 2015). 해당 연구에 의하면, 부모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물건 구매·게임 이용·파일 다운로드·과도한 이용 등의 위험에 관해 충분히 설명할 경우, 초등학생이 부모님 몰래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생각했던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더 오래 사용하는 등의 문제적 이용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해외에서는 부모의 중재 유형이 청소년의 문제적 인터넷 이용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 18편의 연구를 종합하며, 설명적 중재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 연구가 있다(Nielsen, Favez, Liddle, & Rigter, 2019). 부모-자녀가 함께 미디어를 이용하는 경험을 의미하는 공동 이용은, 관점에 따라 자녀의 미디어 이용에 관한 암묵적 승인 혹은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부모의 설명이나 중재 없이 부적절한 미디어 콘텐츠를 같이 이용한다면 암묵적 승인이 될 수 있으나, 부모 스스로 미디어 이용 시간이나 범위의 표본이 되어준다면 자녀에게는 또 다른 학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표1> 우리 가정의 미디어 중재 유형은 어떠한 경향을 보일까?
※ 부모의 미디어 중재 유형에 관한 선행 연구(Valkenburg, Krcmar, Peeters, & Marseille, 1999)에서 소개하는 문항을 필자가 의역하고 재구성한 것으로,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뿐 학술적으로 활용되거나 개인을 진단·평가·판단할 수 없습니다.


※ 해당 문항을 1)여러 미디어에 대입해보거나, 2)부모-자녀끼리 같은 문항에 응답한 뒤에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SNS·게임·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에 대입하면 다른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부모는 ‘자녀의 특정 미디어 콘텐츠 이용을 금지한다’에 관해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하는 것에 비해, 자녀는 ‘그렇다’라고 응답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부모-자녀가 각각 그렇게 답변한 이유에 관해 대화를 나누어보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부모-자녀 간의 친밀한 관계와 신뢰 형성의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부모-자녀가 미디어를 주제로 대화할 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보통
이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1. 자녀가 미디어 콘텐츠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2. 미디어 등장인물의 행동이 좋거나 나쁘게 평가된 이유에 관해 설명한다.
3. 미디어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의 의도를 자녀에게 설명한다.
4. 자녀가 이용하는 미디어 콘텐츠가 지닌 의미를 설명한다.
5. 자녀가 부적절한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할 때 이를 중단하라고 말한다.
6. 자녀의 미디어 이용 시간을 지정한다.
7. 자녀의 특정 미디어 콘텐츠 이용을 금지한다.
8. 자녀의 미디어 이용량을 제한한다.
9. 자녀가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미리 지정해준다.
10. 부모-자녀가 함께 좋아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같이 이용한다.
11. 부모-자녀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특정 미디어 콘텐츠를 함께 이용한다.
12. 부모-자녀가 재미를 위해 미디어 콘텐츠를 같이 이용한다.
13. 부모-자녀가 서로 좋아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함께 이용한다.
14. 부모-자녀가 함께 이용한 미디어 콘텐츠를 주제로 대화하며 웃는다.
1~4번: 설명적 유형(instructive mediation)
5~9번: 제한적 유형(restrictive mediation)
10~14번: 공동 이용 유형(coviewing)

결국 부모의 미디어 중재는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 양상에 따라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의 미디어 지도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기반으로 상황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유형을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않았던 가정에서 갑작스럽게 설명적 유형을 사용하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먼저 자녀가 좋아하는 미디어 콘텐츠나 소재를 파악하여 공통의 관심사를 형성하고, 공동 이용을 통해 충분한 신뢰를 쌓은 뒤 설명적 유형이나 제한적 유형을 시도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제한적 유형의 중재는 처벌 혹은 보상의 도구로 사용하기보다 다른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부모-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우리 가족 미디어 계획표’를 만들어서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미디어 이용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이때, 일방적으로 자녀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규칙을 만들고 부모가 먼저 이행한다면, 부모의 미디어 이용을 관찰한 자녀는 이를 모방할 수 있다.

설명적 유형은 자칫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잔소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부모가 미디어에 관해 충분히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자녀와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의지와 노력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디어를 주제로 대화해보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미디어는 이용 양상에 따라 부모-자녀 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화해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배진아·조연하, 2010). 스마트폰을 포함한 미디어는 일상생활의 필수 매체로 지목될 만큼 우리 삶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전환은 미디어 이용의 일상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일방적인 미디어 이용의 통제 혹은 제한은 오히려 부모-자녀 간의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간을 통제와 제한의 경험으로 채우기보다 미디어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해본다. 미디어를 주제로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는 경험이 충분히 쌓이고 나면,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부모의 마음 역시 자녀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1) 해당 연구에서는 TV에 관한 부모의 중재 유형을 논의하고자 사회적 공동 시청(social coview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글에서는 현재 미디어 이용 환경을 고려하여 ‘공동 이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참고문헌

 

김도희 (2021.3.30.). 코로나19 전후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행태 비교: 초중고교생의 시간대별 이용 매체, 매체 이용 행위 및 장소를 중심으로. KISDI STAT Report(Vol. 21-06), Retrieved 07/12/21 from   https://policy.nl.go.kr/search/searchDetail.do?rec_key=SH2_PLC20210260954

김형지·정세훈. (2015).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32(1), 87-120.

배진아·조연하 (2010). 디지털 미디어와 가족 커뮤니케이션.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27(1), 53-91.

은기수 (2020.11.10.). 코로나19 팬데믹과 자녀 돌봄의 변화. 노동리뷰, 188, 35-49. Retrieved 07/12/21 from  https://www.kli.re.kr/kli/pblctListView.dokey=340&pblctListNo=9455&schPdicalKnd=&schPblcateDe=&mainPageUnit=10&searchCnd=all&searchKrwd=&mainPageIndex=1#down_contents

이창호·이숙정. (2016). 부모의 중재 유형과 부모 애착이 청소년들의 성인용 앱 이용에 미치는 영향. 지역과 커뮤니케이션, 20(2), 5-30.

이혜미·양소은·김은미. (2016). 청소년의 온라인 유해 정보 노출과 온라인 일탈 행동에 미치는 요인. 한국언론학보, 60(3), 209-236.

임소혜·조연하. (2011). 부모와 또래집단의 게임 이용 중재가 청소년의 게임 이용에 미치는 영향.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28(4), 173-218.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Retrieved 07/12/21 from shorturl.at/oyFH4

Lee, S.-J. (2013). Parental restrictive mediation of children’s internet use: Effective for what and for whom? New Media & Society, 15(4), 466–481.

Nielsen, P., Favez, N., Liddle, H., & Rigter, H. (2019). Linking parental mediation practices to adolescents' problematic online screen use: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 8(4), 649–663.

Valkenburg, P. M., Krcmar, M., Peeters, A. L., & Marseille, N. M. (1999). Developing a scale to assess three styles of television mediation: "Instructive mediation," "restrictive mediation," and "social coviewing." Journal of Broadcasting & Electronic Media, 43(1), 52–66.

Van Petegem, S., de Ferrerre, E., Soenens, B., van Rooij, A. J., & Van Looy, J. (2019). Parents’ degree and style of restrictive mediation of young children’s digital gaming: Associations with parental attitudes and perceived child adjustment. Journal of Child and Family Studies, 28(5), 1379–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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