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격려와 기쁨을 주는 따뜻한 네트워크

2023. 3. 9. 14:38웹진<미디어리터러시>

기획연재: 미디어 바로알기

 

'공동체 미디어' 이해하기

written by.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2004년 처음 시작된 공동체 라디오는
각 지역에 특화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고
지역 결속에 기여해 온 공동체 미디어의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광의의 공동체 미디어는
단순히 한 마을의 미디어나 라디오를 넘어
더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보다 깊은 의미를 지닌다.
<미디어 바로 알기> 네 번째 순서로 ‘공동체 미디어’를 들여다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속적으로 ‘미디어교육 학습공동체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 공동체를 통해 주체성을 지닌 다중들의 미디어교육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주체적인 미디어 이용과 공동체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다.

공동체 미디어가 비난과 악플이 아닌 격려와 기쁨의 다중 네트워크가 되길 기대한다.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무엇일까? 공동체, 즉 커뮤니티(community)의 라틴어 어원은 코무니타스(communitas)로, 사전적인 뜻은 공동체뿐 아니라 공통성과 친절, 서민다움, 인간미 등을 포함한다. 공동체에 친절과 인간미의 뜻이 있음은 민주주의적 절차 중 하나인 공론장의 형성이나 비판적 시민 의식의 측면과 별개의 의미일까? 특히 디지털 공동체 사회의 덕목으로 제기되는 디지털 시민성의 중요한 항목이 미디어에 대한 비판 의식이라고 할 때, 이 정서적 행위는 부차적인 감정의 영역인 것인지 궁금하다. 이러한 의문이 들면서 곧 ‘바벰바(Babemba)’라는 어느 공동체 사회의 칭찬과 격려 제도가 떠올랐다(이정희, 2017; 류시화, 2017).

ⓒ Shutterstock

 

현대 사회의 코무니타스

아프리카 잠비아 북부의 바벰바 부족은 인류학자나 사회학자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로 독특한 관습을 보여준다. 거의 범죄가 없는 부족이지만 만일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가 발생하면 부족 구성원들은 범죄 행위자를 마을 광장 중앙에 세워두고 그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소통한다. 그리고 그를 비난하는 대신 “넌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 “작년에도 우리집을 고쳐줬잖아” 등의 긍정적인 경험과 호의, 그 사람의 성품과 재능 등을 칭찬하는 말을 며칠씩 계속해서 전달한다. 류시화 시인(2017)의 말처럼 자존심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북돋아 준다. 즉 공동체 생활 중 좋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긍정적인 정동(affect)을 이끄는 공동체 사회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의식은 단 하루가 아닌 여러 날에 걸쳐, 장난이나 농담이 아닌 진중한 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동체 생활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여전히 취향 커뮤니티나 정치 공론장을 형성하며 지속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재미’나 ‘장난’으로 온라인 혐오, 악플 행위를 반복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치적 입장은 진보적이지만 여성이나 장애인 등의 소수자에 대해서는 반대 시각을 보이는 경우, 공동체 사회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코무니타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 사회의 소통을 매개하는 공동체 미디어가 중요하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의 일상화는 공동체 사회에서 비난이 아닌 긍정적인 정동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게 한다.

공동체 미디어란?

그러면 공동체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공동체 미디어란 무엇이고, 어떠한 유형이 있는가? 공동체 미디어에 대한 연구자들의 다양한 입장을 고려할 때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여 정의할 수 있다(강진숙, 2018, 88-92쪽 참조).

우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적 관계로서 공동체 미디어를 보는 시각이다. 이것은 공동체의 주요 위상과 역할을 바탕으로 친밀감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예컨대 ‘온라인 서포트 커뮤니티’, ‘미니홈피 커뮤니티’, ‘인터넷 팬 커뮤니티’, ‘SNS 독서 커뮤니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경우 앞에서 언급한 라틴어 코무니타스의 ‘친절’, ‘인간미’ 등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공동체 미디어라 할 수 있다.

둘째, 지역성과 대안 미디어의 역할을 부각하는 공동체 미디어의 시각이다. 이 입장은 공동체 미디어의 출현이 주로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지역 현안에 대한 소통 및 공유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본다(반명진, 김영찬, 2016). 즉 공동체 미디어는 공동체 구성원의 삶과 지역 현안을 공유하고 제작에 참여하며 문화적 실천을 행하는 대안 미디어로서 역할한다.

셋째, 소수자에 초점을 둔 공동체 미디어의 시각이다. 예컨대 여성, 이주민, 노인, 장애인 등의 소수자가 제작하거나 제작에 참여하는 미디어가 여기에 포함된다. 소수자는 양적인 소수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관계의 약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위계나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문화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이다. 이 경우 공동체 미디어는 ‘소수자 미디어’로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접근, 참여, 제작 등을 통해 소수자 되기를 실천하는 장(field)인 것이다. 즉 소수자 미디어는 공동체 사회에서 만연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배제에 대한 성찰과 소수자 되기의 실천을 통해 사회 변화를 꾀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다중(multitude)의 사유를 바탕으로 공동체 미디어의 참여 주체와 실천에 주목하는 입장이다. 여기서 다중은 고립된 개인이 아닌 서로 연결된 공동체 미디어 참여자를 가리킨다. 네덜란드의 합리주의 철학자인 바뤼흐 드 스피노자는 폭력적인 집단인 ‘폭민’과 구분하여 다중을 주체적인 사람들의 집합체로 간주했다(Spinoza, 1951/2011, 400). 또한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에 의하면, 다중이란 사회적 지위와 부의 차이에 상관없이 공통의 관심사나 취향을 중심으로 상호 연결된 주체들의 네트워크이다(Negri & Hardt, 2001/2008). 이러한 시각에서 공동체 미디어는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조건이 서로 다른 이용자들이 지역을 넘어서서 공통의 이해와 관심으로 상호 연결된 다중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교류하는 것은 시사적인 이슈뿐 아니라 지식, 정보, 정서 관련 협업이며 집단 지성을 통해 온라인 밖의 광장 집회나 환경오염 및 기후 위기에 대한 플래시몹(flash mob) 시위 등에 참여하는 다중의 실천을 창출하기도 한다.

ⓒ Shutterstock

 

 

공동체 미디어의 사례 및 특징

그러면 공동체 미디어의 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강진숙, 2018, 93-95쪽 참조). 즉 온라인 공동체 활동, 소수자 미디어 활동, 그리고 공동체 라디오의 활동 사례가 여기에 포함된다.

우선 가장 포괄적 사례로서 온라인 공동체 활동을 들 수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 미디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한 SNS 등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책읽는지하철(BookMetro)’은 SNS 독서 커뮤니티의 사례로서 정기적인 독서 모임과 지하철 책 읽기 플래시몹을 전개했다. 이 커뮤니티의 취지는 내부 회원뿐 아니라 지하철 승객들에게 다가가 책 읽기의 경험을 공유하고 놀이의 유희를 창출하는 데 있다.

두 번째로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마을 미디어’와 같은 공동체 미디어 활동을 들 수 있다. 주로 공동체 라디오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며 전국 각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동작FM>, <관악FM>, <강북FM>, <마포FM> 등 지역 명칭을 딴 공동체 라디오를 비롯해, 여성 봉제 노동자들이 PD와 진행자가 되어 제작하고 있는 <창신동라디오 덤>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상업 미디어와 달리 공공성과 시민 미디어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본 취지를 두고 있다.

세 번째로 소수자 공동체 미디어가 있는데 다양한 소수자들의 참여와 활동을 통해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이주민 방송 MWTV>를 통한 이주민 중심의 방송 활동 및 저널리스트 교육, <은빛둥지>를 통한 노인들의 능동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및 영상 제작 활동 등이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장애인미디어축제’나 ‘장애인 미디어 접근 콘퍼런스’ 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인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미디어를 통한 다중의 실천 사례이다. 여기에는 일상적인 공동체 라디오나 방송 제작 활동 중에서도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나 협업 활동을 통해 다중 실천을 행하는 사례가 포함된다. 예컨대 장애인 및 비장애인이 ‘베리어프리 영화’를 공동 제작하여 지역 사회의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장애인 차별 및 비하 언어 사용에 대한 자료집을 출간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공동체 라디오 활동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권리 찾기, 마을 미디어의 지역 사회 현안에 대한 공론장 역할 등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다중 실천 사례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실천

이러한 공동체 미디어의 다양한 사례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활성화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전국 공동체 미디어 활동가들의 자발적 사업 응모 및 전문가 심사 절차를 통해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공동체 미디어뿐 아니라 각 지역의 신생 공동체 미디어의 활동을 고취하는 사업을 정기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 주최하는 장애인 미디어 접근권 관련 정책 및 장애인 단체의 참여를 독려하는 콘퍼런스 행사는 소수자 공동체 미디어의 활성화를 위해 의미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속적으로 ‘미디어교육 학습공동체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직 교사를 비롯해 미디어 강사 및 미디어교육자를 대상으로 30개 내외 공동체를 선정하여 연구비를 지원한다. 이러한 학습 공동체를 통해 주체성을 지닌 다중들의 미디어교육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주체적인 미디어 이용과 공동체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다. 공동체 미디어가 비난과 악플이 아닌 격려와 기쁨의 다중 네트워크가 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가톨릭대학교 고전라틴어연구소 편찬 (1995). 《라틴-한글 사전》. 서울: 가톨릭대학교출판부.

강진숙 (2017). 공동체 미디어의 담론 흐름과 연구경향. 《한국언론정보학보》, 81호, 9-39.

강진숙 (2018). 학술 담론을 통해 본 공동체 미디어. 한국방송학회 엮음 (2018). 《미디어와 공동체》. 서울: culturelook, 83-119.

류시화 (2017).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서울: 더숲.

반명진, 김영찬 (2016). 공동체 라디오와 지역 공동체 구성원의 상호 작용에 대한 현장 연구: 마포FM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보》, 78호, 79-115.

이정희 (2017. 6.). 바벰바족의 심판. <충북일보>. URL: https://www.inews365.com/news/article.html?no=495926

Negri, A. & Hardt, M. (2001). Multitude: War and democracy in the age empire. 조정환, 정남영, 서창현 옮김 (2008). 《다중: 제국이 지배하는 시대의 전쟁과 민주주의》. 서울: 세종서적.

Spinoza, B. d. (1673; 1677). trans. by R. H. M. Elwes (1951). A Theologico-Political Treatise and a Political Treatise. 최형익 옮김 (2011). 《신학정치론/정치학논고》. 서울: 비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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