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3.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11월호>에 실린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홍원식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왔던 많은 장면들이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손바닥보다도 작은 핸드폰이 우리 세상을 이렇게 바꾸리라는 것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일 듯합니다. 가히 우리 삶의 모든 것이 모바일 기기로 통섭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방송 서비스에 있어서도 모바일의 특성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은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생태계에서 탄생한 넷플릭스, 훌루 등과 같은 OTT 사업자들은 날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화려함 뒤에서 기존 방송 사업자들은 제로TV, 코드커팅 같은 암울한 용어들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의 적극적 대응 시작
2014년부터는 방송사들이 단순한 플랫폼의 확장을 넘어서 디지털 플랫폼에 걸맞은 적극적인 콘텐츠 개발과 활용을 시도하는 사례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송 콘텐츠를 단순히 재전송하는 단계를 넘어서, 모바일에 적합하도록 변형하고 재가공할 뿐만 아니라 일부 방송사는 마치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을 하는 것과 같이 디지털플랫폼용의 별도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뉴스 보도와 관련해 새롭게 나타난 특징적 경향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모바일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조직 구성을 살펴보면, 각 방송사들은 몇 해 전부터 기존 보도본부 내에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뉴스 서비스를 전담하는 전문 부서를 설치했습니다. KBS와 MBC는 각각 디지털뉴스국과 뉴미디어뉴스국, SBS는 보도국내 뉴미디어부에서 이러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들 부서에서는 기존 방송 뉴스를 각 플랫폼에 맞게 재가공하는 업무와 함께, 기존 시청률 외에 자사뉴스 서버를 통해 확인되는 기사별 클릭 수, 닐슨의 ‘코리안 클릭’, SNS를 통한 노출 정도를 보여주는 ‘빅풋9’ 등의 다양한 디지털 이용 지표를 통해서 자사의 뉴스 콘텐츠가 각각의 플랫폼에서 어떤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충분히 정교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각 플랫폼별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화 된 ‘카드뉴스’
SBS의 '스브스뉴스'는 카드 형태로 자사의 뉴스를 간단하게 전달하는 카드뉴스로, 방송사 콘텐츠 활용의 대표적 포맷이다.
콘텐츠 제작과 활용의 측면에서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모습으로는 ‘카드뉴스’를 들 수 있다. 기존뉴스 꼭지를 단순화해 카드 형태로 재가공하기도 하고, 이렇게 카드 포맷화된 뉴스를 자체 브랜드화하여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KBS의 ‘고봉순’, MBC ‘뉴스노트’, SBS의 ‘스브스뉴스’, YTN의 '한컷뉴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흔히 ‘카드뉴스’라고 불리는 이러한 포맷은 주요 이슈를 이미지 중심으로 간략한 텍스트를 덧붙여 정리한 뉴스를 말합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스크롤을 내려가며 오랫동안 장문의 기사를 읽기 불편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장문의 기사 대신 12자 내외의 짧은 글을 사진 여러 장에 얹어 사진을 한 장씩 넘겨가며 보는 형식의 뉴스로 이미지를 옆으로 밀어보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움직이는 영상이라는 방송 뉴스가 갖고 있는 최대의 강점이 아니라, 오히려 사진과 짧은 텍스트가 모바일에서 적합한 포맷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이는 카드뉴스가 적은 데이터 용량으로 제작할 수 있고 또한 쉽게 넘겨 볼 수 있어서 모바일의 특성에 잘 부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 편리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뉴스 소비가 많지 않던 젊은 층에게 뉴스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통로로 작용하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KBS '취재후'는 뉴스에서 충분히 전하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취재기자가 일인칭의 시점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롱폼' 저널리즘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카드뉴스와 반대로 뉴 저널리즘 또는 롱폼(long form) 저널리즘 유형의 뉴스 콘텐츠도 조금씩 시도되고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 롱폼 저널리즘은 영문 기준으로 대략 2만 자 이상 되는 단편소설 정도 분량의 기사를 의미합니다. 기사의 길이가 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단지 기사 분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적인 기사 작성 방식에서 벗어난 다큐멘터리적 기사, 내러티브형 기사 등 기계적 객관주의 모델을 탈피한 기사 작성이 특징입니다. 핸드폰 외에도 태블릿PC를 통해 책과 잡지의 속성이 모바일 기기로 통섭되고 있는 점이 이러한 롱폼저널리즘의 출현과 연결되어 설명되곤 합니다. 국내에서도 신문이 주말판 등을 활용해 이러한 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미지와 텍스트 중심
물론 아직까지 국내 방송 뉴스가 완전한 롱폼 저널리즘 형태의 뉴스 서비스를 디지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적 제약이 크게 작용하는 방송 뉴스의 특성상 전형적인 1분 30초 포맷의 기사 작성에 익숙한 방송 기자들이 롱폼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방송사들은 카드뉴스와 함께 비교적 긴 유형의 뉴스들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BS의 ‘취재파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SBS는 ‘취재파일’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에서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은 내용의 기사를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로 제공되는 기사들은 대개 기자의 일인칭 시점으로 기사를 취재하며 알게 된 정보를 전달하고 또 그와 관련한 기자 개인의 입장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기사의 길이에 있어서 완벽한 롱폼 저널리즘으로 불릴 수는 없겠으나, 방송 뉴스가 보이는 전형적인 중립형 기사 작성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뉴스 전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성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와 텍스트 중심의 SBS의 카드뉴스 (이미지 출처 - SBS NEWS)
이러한 특징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로운 점은 방송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디지털 플랫폼에 접근하는 많은 시도들이 이미지와 텍스트 중심적이라는 점입니다. 비록 ‘스브스뉴스’ ‘고봉순’ ‘취재파일’ 등으로 브랜드화 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에 활용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정작 방송 뉴스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영상 뉴스를 활용하는 데는 적극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방송 뉴스의 영상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쉽게 이용될수록 정작 방송 뉴스의 시청이 감소될 수 있기 때문에 뉴스 영상의 디지털 플랫폼 제공은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적응의 최적화를 찾아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방송사들이 자신의 뉴스 자산을 활용하여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은 앞으로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은 아직까지 충분히 성숙됐다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보이는 단초의 단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방송사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단순히 기존 플랫폼의 연장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또 다른 특성을 갖는 미디어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 미디어들이 자신들의 콘텐츠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최적화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또한 더욱 중요하게는 이러한 도전과 적응 속에서 과연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은 어떤 형태로 변화되어 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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