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케팅 규제, ‘꼼수’로 피해가는 ‘엠부시 마케팅’이란?

2014. 6. 20. 09:01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는 즐기는 모두에게는 축제의 장이자 기업의 입장에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의 장이기도 합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우리가 선수들의 선전에 열광할 때 아디다스와 코카콜라 그리고 국내의 현대기아자동차와 같이 대회의 공식 파트너를 맺고 있는 기업은 더욱 열광하게 됩니다. 그만큼 가치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마케팅에 있어서도 기업간 전쟁 아닌 전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월드컵이 시작하면 각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업이 월드컵이라는 이름과 함께 홍보가 되길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그런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축구연맹 FIFA에서 인정한 공식 파트너 및 스폰서만이 월드컵이라는 이름을 활용해 기업을 홍보하고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기사에 따르면 연간 2천 5백만~5천만 달러(한화 약 225~510억)의 후원금을 내는 FIFA의 공식 파트너는 아디다스, 코카콜라, 소니, 비자카드, 에미리트 항공 그리고 국내의 현대기아자동차 이렇게 6곳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식 파트너인 기업들은 월드컵에서 최고 수준의 글로벌 마케팅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광고, 홍보 우선권이나 주관방송사 광고 우선 배정, 티켓 우선 구매권, FIFA 이벤트 우선 개최 등 다양한 권리를 FIFA 가맹국 전체 국가에 가능하게 합니다.

 

출처_ Flickr by IsakFotografi


이외에도 한 단계 낮은 권리를 갖는 ‘맥도날드’, ‘oi’, ‘컨티넨털타이어’, ‘버드와이저’, ‘존슨앤드존스’ 등의 기업은 월드컵 스폰서로 계약을 채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Football For Hope’라는 FIFA의 사회공헌프로그램과 ‘itau’브라질문화협회, ‘Garoto’와 같은 기업들은 지역 스폰서로서 개최국만을 대상으로 한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FIFA의 규정을 살펴보면, 공식 파트너나 스폰서가 아니라면 기업 및 단체의 활동에 있어서 ‘월드컵’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할 수 없습니다. FIFA가 금지한 단어는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 ‘2014 FIFA 월드컵’, ‘FIFA 월드컵’, ‘월드컵’, ‘2014 월드컵’, ‘브라질 2014’ 등 17개입니다.

 

출처_ fifa.com(좌) Flickr by Norio.NAKAYAMA (우)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비록 공식파트너 및 스폰서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월드컵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기회를 그저 바라만 볼 수 없겠죠. 현재 국내외 기업의 광고만 보더라도 공식 스폰서 및 파트너가 아님에도 월드컵을 활용한 마케팅을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기업들은 모두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 아니냐고요? 그래서 마케팅 방법의 비주류라 통하는 ‘엠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월드컵을 비롯한 스포츠 행사가 진행될 때면 자주 듣게 되는 이 엠부시 마케팅이란 무엇일까요?

 

 

 

앞서 말한 월드컵의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더라도 문구나 배경 다양한 요소를 동원해 월드컵과 관련이 있는 이벤트 및 홍보를 펼쳐 월드컵과 관련이 있다는 인상을 줘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마케팅 방법이 바로 ‘엠부시 마케팅’입니다. ‘매복마케팅’이라고도 부르는 엠부시 마케팅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부 기업에서만 잘 드러나지 않게 써왔는데요. 요즘은 공식 후원사라는 개념이 굳이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엠부시 마케팅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비주류 마케팅이었던 초반과 다르게 이제는 어느 기업이든 흔하게 쓸 정도인 엠부시 마케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FIFA에서 마케팅 활용에 금지한 단어들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혹은 비유적으로 단어를 쓰지 않고도 충분히 그 단어를 느끼게 하는 것이 엠부시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이번 월드컵의 경우 월드컵의 대명사인 ‘축구’나 ‘골’, ‘응원’ 등의 단어를 활용해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면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엠부시 마케팅을 활용하는 이유는 비공식 후원기업이 마치 공식 후원기업으로 인식되거나 연상되어 그에 따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때론 엠부시 마케팅을 통해 공식 후원사보다 다 나은 효과를 창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엠부시 마케팅의 방법은 그 방법도 다양합니다. 규제 단어만 쓰지 않고 실상 그 스포츠 대회에서 연상되는 모든 것을 동원하기도 하고 개별 선수 혹은 팀을 후원함으로써 해당 대회와 기업의 연결고리를 잇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어떻게 해당 대회를 이용해 마케팅을 펼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엠부시 마케팅으로 공식 후원사를 뛰어 넘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국내 통신사 브랜드 KT가 공식 스폰서에 올랐습니다. KT는이에힘입어 ‘Korea Team Fighting’이라는 슬로건으로 월드컵 기간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반면 경쟁사인 SKT는 공식 스폰서에 선정되지 못해 월드컵 특수를 활용하기 어려웠는데요. 그러던 중 꺼내든 카드는 바로 한국 축구 응원단의 상징인 붉은악마를 후원하는 것이었죠. SKT는 이 후원을 통해 자사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제공해 함께 응원전을 펼치는 여건을 제공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출처_ 아주경제(좌)   / 아시아경제(우)

 

이후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두 기업은 마케팅 대결을 펼치곤 했는데요.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KT와 붉은악마, SKT간의 마찰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SKT는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엠부시 마케팅을 활용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었죠. 후에 SKT는 엠부시 마케팅임을 부정했지만 국내 엠부시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여전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전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NIKE

 

세계 최대의 스포츠 브랜드인 NIKE는 스포츠 브랜드라는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월드컵 공식 후원사에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나이키와 월드컵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이미 오래전부터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월드컵을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해왔습니다.

 

월드컵 기간 축구스타와 축구를 활용한 엠부시 마케팅을 오랫동안 진행해온 나이키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겨냥한 광고 영상. ‘Risk Everything’

 

올해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호날두, 루니, 네이마르와 같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을 등장시킨 ‘Risk Everything’이라는 슬로건의 두 편의 영상은 큰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브라질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면서 유니폼 발대식, 나이키공원 등 활발한 오프라인 활동도 펼치면서 공식 파트너인 adidas 못지 않은 광고 를 얻고 있습니다.

 

 

 

국내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삼성과 LG 역시 공식 후원사에 오르지 못해 다른 방법으로 월드컵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월드컵 출전국인 남미의 브라질, 멕시코, 칠레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가 되면서 중남미 축구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리오넬 메시와 호날두 등 당대 최고의 축구스타 11명으로 구성된 ‘갤럭시11’이라는 영상을 만든 것이 주목 할만한데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활약을 펼치는 기업답게 스케일이 남다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국내에서 단연 돋보이는 마케팅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출처_ 갤럭시 11 홈페이지


LG전자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를 끌어 올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엠부시 마케팅의 일환으로 손흥민 선수의 이름을 딴 에어컨 모델을 출시하고,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 최적의 스포츠 경기 시청 환경을 제공하는 TV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축구 시청에 최적화된 제품을 월드컵이 펼쳐지는 지역에 가장 먼저 제공하면서 월드컵의 인기에 편승해 판매 상승을 꾀하고 있죠. 이외에도 제품 디자인에 태극기를 활용하기도 하고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의미로 특정 모델을 1,600대를 판매하기도 하는 등의 마케팅 활동으로 월드컵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의 기업 중 ‘카페베네’의 경우 KFA 공식 후원사임을 내세워 월드컵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자사 최초의 월드컵 마케팅 성공 사례를 남겼습니다. 2011년부터 대한축구협회와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카페베네는 월드컵 기간 ‘초코악마빙수’라는 신메뉴를 출시했는데요. 최근 이 빙수가 SNS를 통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미국에서만 한 달간 1만 개 이상의 판매를 올리며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처_트위터@iFFa2014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월드컵 E조 예선경기에서 경기 도중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고 응원하는 36명의 여성 관람객들을 경기장 밖으로 쫓아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들이 입고 있던 옷은 네덜란드의 맥주회사 ‘바바리아’에서 사은품으로 제공한 응원복이었으며 FIFA측은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면서 업체가 제공한 옷을 입고 눈에 띄게 응원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던 것이죠. 별 것도 아닌 일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FIFA가 이처럼 강경대응을 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로 인해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엠부시 마케팅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출처_ 아시아경제

 

전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에 맞춰 벌어지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 그 속에서 탄생한 엠부시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를 줄 수 있지만, 공식 후원사의 경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월드컵이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그렇지 않은 기업이 월드컵 이미지를 가져간다는 점에서 분명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창의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엠부시 마케팅을 인정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교묘한 속임수로 대중을 속이는 마케팅으로 봐야 할지 우리도 한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 포스트는 엠부시 마케팅에 관한 사례 설명을 위해 기업의 이름을 그대로 밝힌 것임을 알립니다.※


ⓒ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