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만든 흥미로운 변화들

2012. 8. 14. 13:4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주, 충남 서천군 문산면사무소 앞마당에는  상식을 깨뜨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면사무소 앞마당에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렸답니다. 아시다시피 바나나는 열대 지방이 원산지로 온대 지방인 우리나라에서는 열매를 맺을 식물이 아니죠. 바나나가 열릴 정도의 폭염이라니... 이제 교과서에도 우리나라 기후를 아열대라고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폭염이 계속된 올해 여름이었습니다. 18년 만의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며 우리의 삶도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요. 폭염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충남 서천군 문산면사무소 앞마당에 바나나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재국 문산면장은 7일 “2010년 기증받은 바나나 나무에서 지난달 17일께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가지에 바나나가 달렸다”며 “주민들에겐 볼거리지만, 폭염과 기후변화 때문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후략)


<면사무소 마당에 바나나 주렁> 한겨레 2012. 8. 7



▲아지랑이 피는 여의도 아스팔트. 일부 지역은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는 피해가 있었다 




폭염의 경제 효과 - 생수, 에어컨 판매 폭증, 열대야와 올림픽의 시너지


폭염에 녹조까지 확산되면서 생수 판매가 급증했습니다. 녹조가 한창인 춘천 지역은 지난해 동월 대비 생수 매출이 10~20% 증가했으며 폭염이 한창이던 때에는 4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 뿐인가요. 에어컨 판매도 폭염으로 인해 불꽃이 튀었습니다. 한 에어컨 업체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주 동안 에어컨 판매량이 최근 3년간의 같은 기간 평균치보다 340% 증가했다고 발표했답니다. 다른 업체들도 7월 하순에 비해 3~4배 이상 많은 에어컨을 팔았다고 하고요. 갑자기 늘어난 에어컨 설치 문의로 제품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고 돈이 있어도 당장 에어컨을 설치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에어컨 일부 모델의 가격은 1주일 새 35%가 급등하기도 했어요.



뒤늦게 발동 걸린 에어컨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예년 같으면 휴가철인 ‘7말8초’에 에어컨 장사를 접어야 했지만 올핸 8월까지 성수기로 자리 잡으면서 에어컨 공장은 연장 가동 준비를 하고 있다.(후략)


<폭염에...8월 에어콘 판매 4배 늘어> 한국경제, 2012. 8. 13



▲진열제품까지 완판될 정도로 에어컨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열대야에 올림픽 열기까지 더해지니 예기치 못했던 경제효과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왕 더워서 잠못 이루는 밤, 올림픽을 보며 태극전사들 응원이나 하자~ 라는 분들 덕분에 야식 산업이 호황을 이루었다고 하네요. 특히 치킨집과 중국집이 수혜를 입었다고 해요. 한 치킨 체인은 올림픽 기간 매출이 평소 대비 35% 늘었고, 배달 매출도 50% 이상 증가했으며, 금메달을 다투는 빅매치 날에는 무려 70%가 급증했다고 하니 열대야와 올림픽이 만든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법 합니다. 이밖에도 마트, 온라인 쇼핑몰들의 매출도 급증했답니다.



(전략) 홈플러스는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일주일간 폭염 영향으로 관련 용품 매출이 급증하면서 전년 대비 6.7%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최근 열대야에 런던올림픽 기간까지 겹치며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면서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여름 상품 매출이 폭증해 전체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후략)


<야간경기·폭염 겨냥 ‘夜한 상품’만 대박> 이코노믹 리뷰, 2012. 8. 13



▲열대야를 즐겁게 해준 런던 올림픽 폐막식




안타까운 폭염 피해들 – 가축 폐사, 인명 피해 등


기록적인 폭염으로 안타까운 일도 많았는데요. 더위로 14명이 숨지고, 전국에서 81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어요. 특히 전남에선 이 모(83) 할머니가 밭을 매다가 숨지는 등 농촌 노인의 피해가 많았어요.


축산농가도 피해가 컸는데요.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닭, 오리, 돼지 등 가축 186만여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치킨집의 호황이 무색하게 닭의 폐사 규모가 가장 컸는데요. 폐사 가축 중 177만여 마리가 닭이었어요. 농식품부는 18일까지 폭염피해를 접수하고 있으니 피해 농가는 도움을 받기 바랍니다.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인해 폐사한 가축이 186만 마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폭염이 이어진 7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닭·오리·돼지 등 가축 185만7347마리가 폐사했다고 13일 밝혔다. (후략)


<폭염 여파 가축피해 확산…186만마리 폐사> 이투데이, 2012. 8. 13



▲폭염피해 예방을 위한 닭들의 건강 상태 점검




폭염이 바꾼 피서 문화, 실내형 근거리 알뜰 피서가 각광


한반도 전체가 찜통이었지만 대표적 피서지인 동해안은 오히려 썰렁했다고 합니다. 동해안 91개 해수욕장 피서객은 지난해에 비해 8.7% 줄어든 1589만 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전망인데요. 피서객이 줄면서 지역 경제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게다가 찾아 온 피서객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피서용품과 식재료를 챙겨오는 등 알뜰 피서가 늘면서 피서지 상인의 울상은 더한다고 합니다.



올여름 유난히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지만 동해안 피서객은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략) 지난해 8월 둘째 주 주말과 휴일 동해안 해변에는 2일 동안 292만6,243명의 피서 인파가 몰렸지만 올해는 155만7,306명이 찾아 전년 대비 53.2%에 그쳤다. (후략)


<폭염·열대야에도 동해안은 썰렁> 강원일보, 2012. 8. 14



▲과거 물 반, 사람 반이던 해운대의 피서철 모습 




동해안 피서객이 줄어든 데는 과거 바닷가 일변도였던 피서 문화가 캠핑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있지만, 88올림픽 이후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올림픽의 영향도 있는 것 같네요.


다른 분석으로는 지나치게 덥다보니 피서를 떠나기 보다는 냉방이 잘 된 집이나 주변 마트 등 부대시설에서 더위를 피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요. 최근 흥행하는 영화 ‘도둑들’ 역시 시원한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지금까지 폭염으로 영향을 받은 경제, 문화, 사회적 변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폭염이 단순히 ‘덥다’로 끝나는 일이 아닌 걸 알 수 있었을 텐데요. 폭염으로 일어난 변화가 흥미롭습니다.  입추가 지나며 폭염은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하는데요. 늦여름 마무리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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