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언론의 오보 사례 살펴보니

2012. 8. 10. 13:3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한 기회가 대박이 되기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기도 해요. 특히나 일분일초 사이에 ‘특종’, ‘단독’, ‘속보’, ‘호외’가 오가는 언론의 세계는 더할 겁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항상 특종과 오보라는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데요. 특종에 대한 과욕이 오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오보를 낼 위험요소는 욕심 이외에도 많습니다. 아무리 확인해서 오탈자가 나오는 것처럼 기사 또한 아무리 팩트를 확인해서 결과적으로는 오보가 나올 수 있으며, 기자가 접촉한 취재원의 잘못일 수도 있고, 때로는 취재원이 이중스파이처럼 기자를 속이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오보 사례들, 함께 보실까요?




매스미디어의 왕국 미국, 오보에 퓰리처상을 주다


매스미디어의 왕국인 미국 역시 오보는 비일비재합니다. 특종에 욕심을 낸 나머지 일으킨 오보는 애교에 속하죠. 아예 없는 정보를 만들거나 표절을 하는 등 범죄의 영역에 속하는 오보도 부끄럽지만 존재합니다. 2005년 1월 CBS 뉴스가 부시 대통령의 군복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작된 문서를 팩트로 제시하여 지탄을 받았고, 미국 유일의 전국지 USA투데이는 스타 기자였던 잭 켈 리가 수많은 기사를 조작하고 표절한 사실을 발견한 뒤 해임했습니다.



퓰리처상 수상작 ‘이라크에 파병된 10대 병사를 담은 <이안 피셔:미국 군인>




매스미디어의 왕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가장 유명한 오보 사례 중 하나는 1981년에 있었던 재닛 쿡 기자의 ‘지미의 세계’ 사건일 겁니다. 당시 여성 기자로 비상한 글재주와 과감한 기사로 주목받던 기자였던 재닛 쿡. 1980년 워싱턴포스트 1면에는 그녀가 쓴 ‘지미의 세계’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어머니의 정부에 의해 헤로인을 맞고 중독된 8살 지미란 소년의 일상을 심층취재한 기사였어요. 어린이 마약 중독이라는 이 특종 기사에 사회는 분노했고 지미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 기사로 1981년 재닛 쿡은 퓰리처상을 받기에 이릅니다.



▲퓰리처상 트로피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취재원 보호라는 미명하에 지미의 소재지를 인권 사회 단체 등에 밝히길 꺼렸어요. 그녀의 학력사항 등이 날조 되었다는 기사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자 재닛 쿡은 퓰리처상을 받은지 이틀만에 상을 반납하며 고백합니다. 지미란 소년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자기가 쓴 허위임을요.



1887년 창간된 가장 오래된 신문, 워싱턴포스트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정론지로서의 명성을 쌓아올렸던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했으며 장장 4면에 걸쳐 사과문과 진상을 밝히는 기사를 실었답니다. 퓰리처상 역시 마찬가지. 재닛 쿡에게서 상을 회수했지만 퓰리처상 64년 역사 속에서 불명예스럽게도 허위 기사를 쓴 기자에게 상을 수여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한 기자의 비뚤어진 욕망이 참 많은 사람들에게 씻기 힘든 오욕을 안겨주었네요.



이밖에도 지난 20여년 간 미국 언론계에서 유명했던 오보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993년 2월 = NBC뉴스는 제너럴 모터스(GM)사의 차량에 화재가 날 우려가 크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GM 트럭에 폭발물을 부착해 화재 장면을 조작했다. GM의 소송을 당한 뒤 NBC는 공개 사과했다.

 

▲1998년 5월 = 주간 `뉴 리퍼블릭'지는 10대 컴퓨터 해커의 이야기를 꾸며낸 스티븐 글래스 기자를 해고했다. 글래스 기자는 자신이 쓴 41건의 기사 중 27건이 `창작'이었다고 실토했다.

 

▲1998년 7월 = CNN은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테일윈드' 작전 중 라오스에서 탈영병들에게 신경가스를 사용했다는 한 달 전 기사를 철회했다. CNN은 이 일로 국방부에 사과하는 한편 관련 프로듀서 2명을 해고했다.

 

▲2003년 5월 = 뉴욕타임스(NYT)의 제이슨 블레어 기자는 수십건의 기사에서 다른 신문기사를 도용하고 표절한 사실을 시인한 뒤 사임했다. NYT는 블레어 기자의 기사 날조에 관해 4페이지에 걸쳐 2건의 해명기사를 게재했으며 사건 책임을 지고 최고위 편집 책임자 2명이 사임했다.

 

▲2004년 3월 = 미국 유일의 전국지 USA투데이는 `스타' 기자 잭 켈리가 수많은 기사를 조작하고 표절한 사실을 발견한 뒤 해임했다. 이 신문 편집인도 사건 여파로 물러났다.

 

▲2005년 1월 = CBS 뉴스는 지난해 8월 부시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중 텍사스 주방위군에 복무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를 입증하기 위해 조작된 문서를 제시했다. 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는 4명의 임직원에 이어 자신도 오는 3월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의 오보 사례, 아이폰부터 FTA까지


한국 역시 불가항력적인 오보부터 다소 정치적 입장이 들어간 오보까지 다채롭습니다. 일단 귀여운 오보부터 살펴볼까요?


매번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루머와 특종의 향연이 펼쳐지는 아이폰 출시 소식. 2011년 10월 매일경제가 5세대 아이폰이 출시됐다는 기사를 내보냈었습니다. 미국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폰 신제품이 나오는 게 확실시되던 상황이라 추측성 기사를 내보낸 것인데 결과적으로 오보가 되었죠. 이때 나온 아이폰은 4세대의 개량형인 4S였죠.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안타깝지만 아직까지도 5세대 아이폰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사례. 지난해 12월29일, YTN에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별세했다는 자막이 뜨자 연합뉴스가 미리 작성해 둔 기사를 송고했고 여러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썼습니다. 하지만 그때 김근태 고문은 위독한 상태이긴 했으나 엄연히 살아있는 상태였죠. 민주통합당은 부랴부랴 국회 출입기자들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을 요구했고 연합뉴스는 곧바로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김근태 고문은 그 다음날 별세하였습니다.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이 부른 부끄러운 오보였던 셈이죠.


사실 이런 오보는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연합뉴스가 8월 6일 아침 ‘연말 세계 LTE 가입자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란 기사를 송고했는데요. 이 기사를 다른 언론사들이 전파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의 출처와 날짜를 왜곡해버렸습니다. 속도가 생명이라고는 하지만 출처도 제대로 안 밝힌 언론사도 있었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연합뉴스 베끼다 '줄'오보낸 사연> 미디어스, 2012. 8. 6



▲연합뉴스 원본 기사 캡쳐





오보의 유형과 해결책은?


이처럼 오보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충실하지 않는 팩트 수집

2. 취재원의 실수 또는 의도적인 거짓

3. 기계적인 인용에 따른 오보

4. 기자의 의도적 팩트 과장

5. 기사 작성 시점과 독자가 읽는 시점이 상이함에 따른 결과론적 오보


참고 : <특종과 오보, 그 미묘하고도 아슬아슬한 경계> 미디어오늘 2012. 3. 31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특종과 속보의 욕심을 조금 누르고 팩트들을 크로스 체크해야하며, 의견은 항상 반론까지 청취해야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책임하게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섣불리 결과를 예단해서 보도하는 것도 위험하고요.


제공되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특히나 요즘 같이 온갖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그런 무비판적인 정보 습득 방법은 더 위험하죠. 신문을 읽는 독자들도 정신 똑똑히 차리고 기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 언론사의 기사만 읽을 것이 아니라 여러 논조의 신문 기사를 비교해가며 읽어야 제대로 된 나만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신문은 행간을 읽는 것이라는 옛말이 틀린 게 없는 거 같습니다.



만약 오보로 피해를 보셨다면?


언론중재위원회(▶바로가기)에 조정/중재신청을 해보세요. 언론중재위원회에서는 오보로 인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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