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시대 왕서방은 누구인가

2015. 5. 14.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인터넷에서 가장 오래 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아직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이메일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다음 한메일이나 네이버 같은 웹메일을 사용하고 있지만, 웹메일이 대중화 되기 전인 1990년대만 해도 이메일을 이용한 방법은 PC에 프로그램을 설치 해 각자가 설정 후 관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퀄컴(Qualcomm)의 성장배경


이 시절 국내에서도 막 인터넷 이용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 때 가장 많이 이용한 이메일 프로그램은 '유도라(EUDORA)'였습니다. 하지만, 유도라는 국내 사용자에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용자 사이에서 유도라 제작사인 A업체에게 메일을 보내 한글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자는 작은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유료 사용자가 많아져야 한글이 지원 될 것이라고 생각해 유료 구매 운동 움직임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유도라 제작사인 A업체는 한글을 끝까지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출처_http://zapp0.staticworld.net/downloads/graphics/screenshots/4553f.jpg


미국 샌드에이고에 있는 작은 B업체는 1989년 휴대폰 통신 기술인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적게는 수 조원에서 많게는 수십 조원까지 들어가는 이동통신의 특성상 검증 되지 않은 이 기술을 사용하는 이동 통신사는 없었습니다. 이 업체는 회사의 존폐를 걱정 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1996년 SKT에서 세계 최초로 CDMA 기술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휴대폰 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CDMA를 지원하는 휴대폰을 만들자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B업체는 매년 수 조원의 로얄티를 한국에서 받게 되어 세계 IT 업체 10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끝까지 한국 사용자를 무시하고 한글을 지원해주지 않았던 A 업체와 한국 기업들이 선택해 주어 세계적인 업체가 된 B 업체 모두 사실 한 업체로 퀄컴(Qualcomm)입니다.


퀄컴은 창업 당시 CDMA를 개발했으나 8년 동안 아무도 사용해 주는 나라가 없어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메일 프로그램인 유도라를 통해서 간신히 기업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한국은 관심에도 없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한국에서 CDMA 기술을 상용화하자 일약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 할 수 있었습니다. 유도라는 더 이상 개발 할 필요가 없게 되어, 2000년대 들어 방치하다가 2006년 들어 공식적으로 개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한국 휴대폰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국내 통신사들이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를 제공하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돈 벌어서 다 퀄컴을 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퀄컴은 한국에게 왕서방 같은 회사입니다. 현재도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스냅드래곤(Snapdragon)’이라는 퀄컴 칩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로부터 매년 5조원 정도 되는 돈을 받아 가기 때문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출처_전자신문

핵심적 기술이자 노다지, 칩


IoT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 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에는 퀄컴이라는 통신 칩 제조사가 히든 챔피언인 것처럼 IoT 시대에도 통신 칩을 제조하는 회사가 큰 돈을 버는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술은 직비(zigbee)와 지-웨이브(z-wave)입니다. 사물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통신 칩이 필요한데, 단순 제어만 생각한다면 Wi-Fi, LTE, 블루투스 같은 다양한 통신 기술을 이용해 제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사물 인터넷에 특화 된 기술이 아닙니다. 우선 우리가 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Wi-Fi는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해서 만들어 진 기술입니다. 100Mbps 이상의 속도를 내는 장점이 있지만 대용량 전송을 위해 만든 기술이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너무 심합니다. 휴대폰에서 Wi-Fi로 연결하면 몇 시간 못 쓰고 배터리가 방전 되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IoT 단말들은 대부분 센서 같은 작은 단말로 창문 같이 전원을 연결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경우도 많아 배터리를 사용해 초전력으로 동작해야 하지만 Wi-Fi는 그렇지 못합니다. LTE는 가격이 비싸며 이동통신사에서 주파수를 독점하기 때문에 아무나 출시하기 어렵습니다. 블루투스는 주로 헤드폰과 리모콘 같이 기기 간 1:1 연결을 목표로 개발 된 기술입니다.  IoT는 1:1 연결 뿐만 아니라 1:N으로 연결하고, IoT 기기끼리도 통신을 하는 거미줄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블루투스로는 어렵기 때문에 적당하지 않습니다. 


직비(zigbee)와 지-웨이브(z-wave) 차세대 퀄컴이 될 승자는


저전력, 낮은 가격, 거미줄 구조 등 IoT 기기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대표적인 통신 기술이 직비(Zigbee)와 지-웨이브(Z-wave)입니다. 둘이 시장에서 차세대 퀄컴이 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직비는 여러 업체가 칩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해외 업체로는 TI, 엠버, 제닉 등이 있고, 국내 업체로는 레이디오펄스가 있습니다. 서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칩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업체가 만들기 때문에 서로 다른 업체에서 만든 기술을 사용 할 경우 통합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로 소수의 검증된 기술만을 사용하는 기업용 IoT 기술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는 건물 관리를 위한 조명 제어 등에서 사용합니다. 이에 대해 지-웨이브는 최근에 각광 받는 기술로 집에서 IoT 기기를 제어 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사실상 '시그마디자인'이라는 업체에서 독점하기 때문에 지-웨이브 기술을 이용한 단말끼리는 원칙적으로 모두 호환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각기 다른 회사에서 나온 다양한 제품을 사서 연동하고 싶은 욕구를 직비는 충족시키기 어렵지만, 지-웨이브는 칩 업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하나 밖에 없기에 이 부분에서 유리합니다.


모바일 통신 이후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힘들게 재주만 부리는 곰이 되지 않기 위해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와 전략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조중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