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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갈림길에 선 미국 신문산업




인터넷 미디어가 무섭게 성장하는 것에 반해서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매체가 쇠락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종이 신문은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생존 자체가 위험한 매체로 분류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어느 때보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강하게 작용해서 신문의 운명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미국신문협회(Newspaper Association of Americ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일간지 신문의 수는 1,331개로 1940년보다 약 30% 감소하면서 547개의 신문사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하락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신문의 죽음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암울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덴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록키 마운틴 뉴스(Rocky Mountain News)는 2008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Los Angeles Times),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Philadelphia Inquirer),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Minneapolis Star Tribune) 같은 지역 유력 일간지들도 이미 파산신고를 했습니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Detroit Free Press)와 디트로이트 뉴스(Detroit News)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 일주일에 3일만 발행하는 체제로 바꾸었고, 크리스챤 사이언스 모니터는 종이신문 발행을 중지하고 온라인 신문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쇠락하는 신문


신문은 고대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 시절에 정치, 군사, 정부, 공적인 일을 다루는 신문이 있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매체입니다. 일일이 손으로 기록해서 전파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전파되기 어려웠었는데 구텐베르크 활자인쇄가 발명된 후에는 뉴스가 대중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신문이 매주 한 번 발행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19세기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전신과 철도의 발명으로 신문이 대중적 매체로 정착되면서 그 전통은 이후 약 150년 동안 유지되었습니다. 신문이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큰 위기 없이 명성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전성기란 없듯 신문에 위기가 차례로 찾아왔습니다.



신문이 맞이한 첫 번째 위기는 20세기 중반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등장이었습니다. 실시간 뉴스 전달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청취자와 시청자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 신문이 뉴스를 독점적으로 전달하는 시대는 가고,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경쟁해야만 했습니다. 본격적인 신문의 위기는 케이블 방송이 출현하면서 찾아왔습니다. 1980년 설립된 CNN이 성장하는 것과 맞물려 신문 발행 부수의 하락세가 시작되었습니다. 1984년에 조간과 석간을 다 합쳐 6,330만 부를 발행하던 것을 정점으로 신문의 발행 부수는 지금까지 지속적인 내림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뉴스의 강점은 24시간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신문은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속보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케이블 뉴스가 등장하였지만, 신문산업에 존폐를 좌우할 만큼 파괴력이 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문산업의 뿌리를 뒤흔들어 놓은 것은 1990년대 후반에 대중적으로 보급된 인터넷이었습니다. 실시간에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사가 공급되는 환경 속에서 신문이 버티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매년 작성하는 “뉴스 미디어의 상황”(The State of the News Media)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인들이 이미 2010년부터 뉴스의 공급원으로 신문보다 인터넷에 더욱 의존하고 있습니다. 신문의 구독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신문사 수익의 80% 정도 차지하고 있던 광고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1999년에 전체 광고 매출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율이 3.4%였던 것이 2007년에는 9%로 성장하였습니다. 디지털 광고를 제외한 종이신문의 전체 광고 매출이 2005년에 474억 달러였는데 2014년에 164억 달러로 65.4%나 줄었습니다.


신문산업 위기의 원인


미국 신문산업이 다시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상황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이라는 2008년 경제위기에서 빚더미에 앉은 신문사들이 속속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광고에 주로 의존하던 신문의 수익구조는 나빠진 경제적 상황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경제위기로 기업들이 광고 지출을 줄이면서 신문사의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신문의 위기를 가져온 또 다른 이유는 기술적 변화로 인한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에 있습니다. 실시간 무료 뉴스에 길들면서 사람들은 느린 신문의 뉴스를 구시대적 산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등 인터넷 속의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하였습니다. 2013년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30%가 페이스북을 통해서 뉴스를 접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문이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신문이 민주주의 한 기둥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 기능을 약화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 신문의 위기는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요인으로 촉발되어 산업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물론 개별 신문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일반화시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록키 마운튼 뉴스와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 같은 신문사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면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한 탓에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러한 신문사들은 떠나가는 구독자와 광고주를 잡아둘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2008년 경제위기를 맞으며 몰락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디지털 전략을 앞서 세웠지만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서 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뉴올리언스 타임스 피카윤”(New Orleans Times Picayune)은 디지털 중심 전략을 쓰면서 종이신문 발행 횟수를 3회로 줄였습니다. 그러나 뉴올리언스는 미국에서도 가난한 지역에 속하며 주민의 1/3은 아직도 집에 인터넷이 없을 만큼 디지털 기반시설이나 환경이 낙후된 지역입니다. 그 결과 구독자들의 심각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변화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해법 찾기에 분주한 미국 신문산업


암울한 신문산업을 구해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 신문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신문이 인터넷과 경쟁하기보다는 포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대부분의 미국 신문사들이 정해진 마감 시간을 버리고 지속적으로 기사를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종이신문에서 할 수 없었던 비디오나 상호작용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부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시카고 트리뷴은 디지털 구독을 실시하며 잃어버린 구독자를 다시 모으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구독자의 수를 90만 명 이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전체 미국 신문사의 40%가 넘는 회사가 디지털 구독을 채택하여 수익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태블릿, 휴대전화 플랫폼에 최적화된 기술의 개발에 힘쓰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기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하면서 독자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전략과 비용 감축을 통해서 신문산업 하락의 폭이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디지털 구독자가 늘어났지만 줄어든 광고 수익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희망을 주는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4년 뉴욕타임스의 광고수익 하락률은 0.7%로 아주 낮아졌고 2015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는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비디오 광고가 늘어났고, 구글에 광고를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광고의 방식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츰 증가하는 구독자와 디지털 광고가 지금의 뉴욕타임스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희망의 씨앗이 보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의 모델이 다른 신문사에도 통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최근에 퓰리처상까지 받은 기자 롭 쿠즈니아(Rob Kuznia)가 생활고를 이유로 신문사를 떠나 홍보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지역 학교의 비리를 파헤쳐 비리 교육자를 해고하고 주정부법안도 개정한 공을 인정받아 미국 언론계 최고의 상을 받았습니다. 유능한 기자였던 사람이 신문사를 떠나는 것은 신문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합니다. 과연 신문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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