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과 함께 디지털 역량 쑥쑥!

2020. 7. 16. 09:14특집

언택트 시대가 가져온 교육의 변화

 

사진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원격수업, 디지털 시민 역량 키우는 계기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변화와 미디어 리터러시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디지털 원격수업이 전면 실시됐다.

코로나19 위기가 가져온 비대면 원격수업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의 우리 교육에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글 장은주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연구사)


 

 

원격수업 경험은 교육자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이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범주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글에 제시된 대안이나 의견 등은 교육부의 공식 의견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함께 모여서 의논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됐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이미 몇 달째 긴장과 피로가 누적됐고 여전히 위기감도 남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교육자들은 단기간에 디지털 역량을 갖추었고, 온라인상에는 수많은 교육용 콘텐츠가 축적됐다.

 

전자책의 등장이 ‘종이책은 언제까지 살아남을까?’라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 것처럼, 언택트 시대의 각종 디지털 플랫폼은 ‘교실이라는 플랫폼이 없는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이 상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원격수업의 경험은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교육이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떤 내용을 다루어야 할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원격수업 위한 다양한 협력 활동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전면화 되면서 우리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환경의 소통이 강제됐다. 소셜 미디어나 디지털 기기와 거리를 두었던 교육자들도 스마트폰이나 화상카메라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야 했고, 마이크나 키보드를 이용하여 학생들과 소통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을 위한 협력 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교사 개인이나 모임 차원에서 원격수업이라는 낯선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내고 협업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교사모임이나 교원학습공동체 등에서 수업 자료나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 있었으나 교사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학교가자.com’ 등 원격수업을 위한 커뮤니티가 새롭게 생겨났다. 또 학교 단위에서는 저경력 교사가 고경력 교사의 멘토가 되는 일도 벌어졌다. 기존에는 고경력 교사가 저경력 교사의 멘토가 되어 수업 설계나 학생지도에 대한 경험을 들려주었다면, 이제는 경력이나 교과와 무관하게 디지털에 친숙한 교사들이 멘토가 되어 학생들과 소통하고 수업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등 디지털 접근성을 지원했다.

 

그리고 원격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부처 간,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 정부와 민간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교육부는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인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KERIS), 그리고 교사 커뮤니티인 ‘1만 커뮤니티(1학교 1대표 교원 모임)’ 등을 운영하며 원격수업을 지원했다.

 

교육부와 매체연구회(전국국어교사모임)가 공동으로 제작·배포한 웹포스터 자료 ‘슬기로운 온라인 생활’ 중 #관계편. 디지털 환경 소통에서도 존중, 자율 등 시민적 가치가 강조돼야 한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학교 미디어 교육 내실화 지원 계획”(2019.7.)이 이미 발표된 바 있지만 학교 내 와이파이 환경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종종 제기되곤 했었다. 그런데, 원격수업 전면화를 거치면서 학교 내 와이파이 구축도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청자미디어재단,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도 원격수업을 위한 장비나 전문가 등을 학교에 지원했고, 일부 기업은 원격수업을 위해 스마트 기기나 데이터 이용료를 무상으로 지원해주기도 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원격교육 방안이 시행됐는데,1) 콘텐츠 내용이나 보급 측면에서 비교·참조해볼만한 내용들이 있다.

 

<EBS>에서 학년별, 교과별 수업 자료를 제공했던 것처럼 영국 <BBC>, 핀란드 <윌레(yle)>, 베트남의 <채널7>(교육방송) 등 공영방송에서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를 제공했다. 또 민관이 협업하여 다양한 학습관리시스템이 운영되면서 교사들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점검하고 피드백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핀란드 국립시청각연구소(KAVI)는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데, 원격수업 상황에서 학습자료 사용 저작권과 관련해 데이터 보호 및 보안 법규 예외 상황을 적용했다. 일본은 2018년에 저작권법을 개정한 덕분에 아카이브 활용 촉진에 관한 권리 제한 규정 정비 등, 온라인 수업에서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학생들에게 심리정서적 지원을 하거나 학부모 지원 서비스를 하는 사례도 있다. 싱가포르는 학부모 대상 교육 자료를 지속적으로 배부하면서, 가정 내 원격수업과 온라인 학습의 차이를 안내하고, 가정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과정과 방법을 학부모에게 안내했다.

 

 

 

더 중요해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원격수업의 경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몇 가지 과제도 드러났다. 우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으로서 정보윤리를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얼굴을 함부로 갈무리하거나 변형을 한다든지, 수업 자료를 무단 복제하거나 수업을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면서 저작권 침해 우려 등의 문제가 생겨났다. 교실에서는 영상물을 보거나 신문이나 작품 등을 나누어 보거나 읽는 등 다양한 저작물을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데, 디지털 공간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다보니 저작권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의 특성상 무한복제가 가능하고 가공이 쉽기 때문에 저작권이나 초상권 등의 문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 그리고 관련 내용과 사례 등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필요하다. 단순하게는 온라인으로 대화하고 참여하는 일부터, 복잡하게는 누군가의 창작물을 ‘복붙’해서 과제로 제출하는 윤리적 문제점 또한 더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다. 미디어 정보를 검색하고 확인하는 방법, 각종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요령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쉽게 안내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미디어 콘텐츠의 이용을 지원하는 문제와 동시에 교사가 만든 수업 자료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안도 점검해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및 디지털 시민성이 강조된다. 원격수업의 경험은 교육자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역량은 앞으로 교원 양성 및 재교육 과정에서도 다루어야 하는 주제로 강조됐다. 다만, 이때 디지털 리터러시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이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범주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능숙하게 다룰지,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상호 존중하며 원활하게 소통할지, 디지털 정보는 어떻게 비판적으로 수용할지 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정보윤리 관련 문제의 해결도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와 병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미디어가 제공하는 내용과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다양한 양식의 텍스트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생산하고, 타인과의 소통이나 사회에의 참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교육 내용을 적극적으로 다룰 기회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가정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중요하다. 개별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언제부터 미디어를 허용할지, 어떻게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할지가 최대 고민거리이다. 아이가 미디어에 접근하는 정도를 최소화하기를 원하는 가정의 경우에는 각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학교와 갈등을 겪게 되기도 한다. 가정에서의 미디어 사용에 대해 단시간에 공통된 규칙을 만들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학교와 가정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가정에서 학생의 연령이나 수준에 따른 미디어교육 방법에 대한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격수업 전면화에 따라 디지털 격차와 교육 방식에 관한 갈등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학생들이 어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지, 그것은 학교 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사양을 갖추었는지, 원격학습을 위한 공간 등 환경은 갖추었는지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부모와 보호자의 미디어 사용 습관이나 활용 수준이 학생들의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2)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미디어 사용이 늘어난 만큼 영향을 받게 될 신체적, 심리적 건강에 관한 고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우리 교실은

 

원격수업의 경험은 미래 교육에 대한 구상도 앞당겼다. 학교 교실이 각자의 공간으로 옮겨갔던 것처럼,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이 없는 교육도 상상해볼 수 있다. 웹 공간이나 도서관, 시민센터 등 마을 공간을 활용한 형태의 교육도 고려해볼 수 있다. 에듀테크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사회와 학교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교수·학습·평가 방식도 변화할 것이다. 교실 수업을 영상으로 담아낸 것이 원격수업은 아니므로 원격수업 상황에 맞는 교수·학습 모형이 구안·적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현재 원격수업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원격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등에 대한 정책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풍부한 디지털 자원을 학습에 활용하도록 하되, 그것을 학생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수학습 방법 등에 대한 사례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소통의 본질과 방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통은 성별·나이·지역 등의 조건이 전혀 다르고 얼굴도 본 적 없는 이와도 이루어진다. 디지털 교육이 본격화되더라도 대면 활동은 여전히 중요하고, 수많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간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3) 다양한 관점에 대한 존중과 비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개인의 학습 속도와 관심 등을 고려한 학습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정교하게 안내되어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방식 등을 통해 원격수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협업을 위한 디지털 도구 활용 등을 이용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학생 간 친교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학습을 위한 협력적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참고자료

 

1) 해외 사례는 다음 문헌 참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외 COVID-19 대응 원격교육 방안 사례》. 2020.5.11.

2) ‘학부모온누리(전국학부모지원센터)’(http://www.parents.go.kr/)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이해를 위한 콘텐츠(‘클릭!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http://digitalcitizen.kr/main.do)에서도 학생 연령별, 상황별 미디어 이용 지도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3)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분야 연구자인 줄리 코이로(Julie Coiro)는 디지털 기기보다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논쟁(debate)보다는 숙고(deliberation)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리터러시(읽기 영역) 연구의 최근 동향과 과제”(2018.3.15., 이화여대) 강의 내용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