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배우는 첫 만남, 미디어는 내 친구

2020. 4. 24. 09:00수업 현장

장기도서관이 제작한 수업 안내 포스터.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놀이로 배우는 첫 만남, 미디어는 내 친구

 

유아 대상 미디어교육 ‘미디어랑 나랑 꼬꼬마 미디어 리터러시’

어린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쉽지 않다.

어른의 눈높이로 어린이를 판단하면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이 되기 마련이다.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으로 놀이와 접목해서
미디어교육을
하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윤현옥 (미디어교육 강사)

 


 

 

앞으로 아이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미디어 세상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미디어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 어른보다 더 현명하고 

똑똑한 어린이, 청소년 미디어 
이용자로 자라주길 희망한다. 

 

 


 

 

지금 어린이들이 만나는 미디어 세상은 부모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 시기를 늦추려 노력하지만 화려한 미디어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모 의지와 자녀, 미디어 사이에서 고민하고 설득당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이제 미디어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고 통제하는 것만이 해답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미디어란 무엇인가? 어린이들은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으며 미디어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미디어랑 나랑 꼬꼬마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업 전: 대상 연령층 정하기

김포 장기도서관은 젊은 부모와 자녀의 이용이 많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어린이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수업을 맡기로 한 후 제일 먼저 수업을 같이할 어린이 대상을 선정했다. 읽고 쓰고 말하기가 가능하며 혼자서는 물론, 옆에서 조금 도움을 주면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는 연령인 취학 전 6~7세로 수업 대상을 정했다. 1시간 수업에 정원은 10명을 넘지 않도록 했다. 수업 주제로 적합한 미디어를 선정하고 교육방법을 생각한 끝에 미디어 세상 알기’, ‘스마트폰 바르게 이용해요’, ‘어린이가 보는 뉴스등을 주제로 3차시의 수업을 계획했다. 대상을 선정하고 수업을 기획하는 데에는 강사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교육 대상을 이해하고 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실무자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도서관에서는 전반적인 수업 내용 협의 후 수업안내 포스터를 예쁘게 제작해 주었다.

 

 

1차시-미디어 세상 알기

수업 목표: 그림책을 읽고 정보 미디어에 대해 알아보아요.

활동: 텔레비전 속 주인공이 되어 나를 소개해요.

 

어린이들을 처음 만나는 교실. 먼저 10명의 어린이들이 강사와 친구를 모두 바라볼 수 있도록 책상을 둥글게 배치했다. 부모님의 손을 꼭 잡은 7세반 친구들이 토요일 10시에 도서관 교실로 들어왔다. 교실 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도서관 이용자 누구나 이 수업을 볼 수 있기에 부모님은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아이들 얼굴에는 설레는 표정도, 걱정스런 표정도 함께 였다.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노래를 한 곡 틀어주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핑크퐁을 검색했다. 그때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유치해요. 그거 제 동생이 듣는 거예요.” ‘!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엔 잘못된 선곡이구나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옆에 있던 아이들이 웃으며 그래도 들어 볼래요라고 말해주었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유행 지난 선곡의 핑크퐁노래를 즐겁게 들어주었고 우리의 첫 수업은 분위기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배우기 위해 여기에 모였는지 설명할 차례, 그림책을 펼쳤다. 그림책은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 준비했다. 아이들이 PPT 화면으로 그림책을 보는 동안 필자는 책의 내용을 읽어주었다.

준비한 그림책은 텔레비전 없으면 못 살아(렌 맥코이, 미세기출판, 2008). 텔레비전에 빠져 사는 주인공 페니 리와 주인공을 돕는 똑똑한 강아지 미스터 바클리의 이야기다. 리모컨을 눌러 텔레비전 화면이 켜지는 첫 쪽을 시작으로 주인공 페니 리가 텔레비전이 없이는 참을 수 없는 상태에서 텔레비전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전개된다. 마지막으로 리모컨을 눌러 텔레비전을 끄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텔레비전 없으면 못 살아》의 첫 쪽.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텔레비전 없으면 못 살아》의 마지막 쪽.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도록 했다. 이야기가 끝난 후 포스트잇을 나눠주었더니, “텔레비전 그만 봐”, “나랑 놀자”, “시간을 정해서 봐”, “텔레비전 많이 보면 눈 나빠져”, “책 읽어라등 주인공에게 매우 친절한 조언을 적어주었다. 미디어를 오래 이용하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이미 현실적인 대안들을 잘 알고 있었다.텔레비전 대신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겠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은 모두 미디어라고 해요. ‘정보 또는 소식을 전달해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요. 나의 이야기도 표현할 수 있어요.’ 이것이 미디어 입니다라고 안내했더니 아이들은 텔레비전과 신문, 라디오, ,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정보가 담긴 미디어라고 대답했다.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봤어요”, “라디오로 노래를 들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요등의 자신이 겪은 생활 속 미디어 경험도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 보면 가족의 미디어 환경도 알 수 있었다.

미디어 알기 수업은 우리 생활 속의 미디어가 무엇이며, 미디어 속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들이 담겨 있다는 것, 미디어를 잘 선택하고 알맞게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그림책을 통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연계한 활동으로 텔레비전 모형과 마이크를 준비해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화면에 띄워준 멘트를 연습한 뒤, 간단히 이름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이유 등을 발표했다.

텔레비전 모형이 멋스럽게 제작된 건 아니어서 아이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을까 걱정도 됐는데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하고 학부모님들도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지켜본 시간이었다. 수업도구 하나만으로도 분위기를 전환하고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TV를 많이 보는 《텔레비전 없으면 못 살아》의 주인공에게 건네는 어린이들의 조언<사진 출처: 필자 제공>
자기소개 하는 김서율 어린이. <사진 출처: 필자 제공>

 

2차시-스마트폰 바르게 이용해요

수업 목표: 스마트폰 쓰임을 생각해 보아요.

활동: 나만의 스마트폰을 만들어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전화를 걸어요”, “영상통화도 해요”, “문자, 카톡을 보내요”, “사진을 찍어요”, “동상을 봐요”, “게임을 해요”, “궁금한 걸 검색해요”, “물건도 살 수 있어요등 스마트폰 쓰임에 대해 아이들의 평소 사용 경험을 발표해 보았다.

스마트폰 수업에는 교육부에서 제작된 ‘스마트폰을 바르게 사용해요’ PPT 자료에 설명을 추가해 활용했다.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하면 좋은 점과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어떻게 될지, 스마트폰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 등을 질문과 자료화면을 통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본 PPT 내용의 정리 활동으로 종이 휴대폰 모형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가장 많은 쓰임으로 전화와 메시지를 뽑았다. 휴대폰 연락처 페이지에 부모님과 친척의 전화번호를 직접 몇 개 써보게 시켰는데,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 아이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 다음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메시지 받을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한 뒤, ‘사랑해요메시지를 예쁜 그림과 문자로 표현했다. 유튜브 페이지에는 자주 시청하는 채널이나 스토리, 캐릭터 등을 적거나 그려보았다. 스마트폰 이용 규칙을 적는 페이지에 대부분 아이들은(부모님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싶을 때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이용 시간을 꼭 지키자는 약속을 적었다. 자신만의 스마트폰이 생겼다며 즐겁게 활동하는 아이들 모습이 순수하고 예뻐 보였다.

 

아이들이 만든 종이 휴대폰<사진 출처: 필자 제공>
나만의 휴대폰을 완성한 7세 어린이들 모습<사진 출처: 필자 제공>

 

3차시-어린이가 보는 뉴스

수업 목표: 뉴스가 무엇인지 알아보아요.

활동: 꼬꼬마 미디어 리터러시 신문을 완성해요.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아이들이 먼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시간에는 여러 가지 소식을 담은 신문을 만들 거예요.”
필자의 설명에 아이들은 방송 뉴스와 신문을 본 적이 있거나, 스마트폰에서도 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의 새로운 이야기, 꼭 알아야 하는 소식이 뉴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 한 후 준비해온 1인당 A3 크기의 종이신문 두 장을 나눠주었다. 기존 어린이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들을 골라 미리 배치를 해둔 이 신문에는 아이들이 채워야 할 공간들도 있었다.

제일 먼저 1차시 자기소개 시간에 찍어둔 사진을 붙이고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적도록 했다. 미디어를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약속도 다시 한 번 적어보았다.

문삼석 시인의 그냥시를 읽고 엄마를 그려보기도 했고, 어린이신문의 기사들을 같이 읽고 짧게 의견을 적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아이들 손으로 신문의 여백을 채워나갔다. 아이들은 빗자루 모양의 이동수단 기사에 특히 집중을 많이 했는데 방송 영상을 시청한 후에 내가 개발한 개인 이동 수단을 그리게 했다.

프라이팬과 우쿨렐레 모양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아이들에게 처음 만든 1호 신문이라고 알려줬더니 열심히 쓰고 그린 자신이 자랑스러운 듯 작은 얼굴에서 뿌듯한 웃음꽃이 피었다. 부모님들도 신문을 보고 고마운 인사를 건넸다.

집에 돌아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길 바라며, ‘내가 가장 기분 좋고 행복한 때를 적어보는 활동도 했다. ‘친구와 만날 때, 가족과 여행 갈 때, 부모님이 안아줄 때, 칭찬받을 때, 게임하라고 할 때등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나 보다. 이번 수업이 가족 간 대화를 만들어주고, 아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전달하며 마무리했다.

 

최재원 어린이가 만든 신문. <사진 출처: 필자 제공>
김서율 어린이가 만든 신문.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수업 후: 어른과 어린이는 다르다

미취학 어린이 수업은 완전히 한글을 떼지 않은 어린이들이 많아 소수로 운영 했다. 쓰기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 등에서도 개인차가 많았고, 6세 어린이들은 활동 하나하나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모두 의젓하게 수업에 참여 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김포 장기도서관은 신도시 특성상 토요일 오전 지역도서관을 이용하는 젊은 부모님들의 관심이 많고, 도서관 어린이실 학습공간이 잘 꾸며져 있어서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라 한 명 한 명에게 두 배로 관심을 집중해야 했지만, 귀엽고 예쁜 꼬꼬마 꿈나무들과 함께해서 마음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웃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장기도서관 조연수 주무관은 학부모의 수업 만족도가 높았으며, 이곳을 방문한 다른 이용자들도 한 번씩 둘러보고 갈 정도로 흥미로운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교구와 놀이를 미디어와 접목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즐거워했고 참여율도 꾸준히 높았다고 평가했다.

어린이들과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놀면서 배우는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교육자는 어린이를 계속 학습자로 바라본다. 어른의 눈높이와 잣대로 어린이를 판단 하다보면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게 된다.

어린이들에게 미디어교육은 가르침의 교육이 아니라 알아가며 배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아이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미디어 세상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미디어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 어른보다 더 현명하고 똑똑한 어린이, 청소년 미디어 이용자로 자라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