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면?” 이외수 작가의 <독서나눔 콘서트>

2011. 9. 27. 13:0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을 북돋기 위해 마련된 ‘독서나눔 콘서트’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이날은 90여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이끌고 있는 ‘스타 작가’ 이외수 씨가 나와 대담을 했는데요. 강연장에 모인 300여 명의 독자들은 그의 재치있는 입담과 소탈한 태도에 대담 중간 중간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독서나눔 콘서트>란?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사)한국문화복지협의회가 주관하는 독서나눔 콘서트는
신문사, 유명작가, 유명인 등 사회적 인사와 함께하는 범국민적 독서나눔 캠페인. 

기간 : 2011년 7월 ~ 12월 
장소 : 국립중앙도서관, 취약계층 소재지, 기차 외 
내용 :  책 읽어주는 독서나눔 콘서트, 
         작가와 함께 떠나는 독서 열차,
        
온라인 SNS 이벤트 및 쌍방향 게시판을 통한 국민 관심 독려, 
         중앙일보 독서나눔 기획 시리즈 연재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려면? 창의력을 길러라!

이외수 작가의 최근작인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는 창의력을 자극하는 질문으로 가득한데요. 일상 속에서 기발하고 엉뚱한 질문, 예를 들어 ‘코끼리에게 정말 날개가 생긴다면 현실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으로 주변을 탐색해보는 것입니다.

“일단 코끼리에게 날개가 달리면 전깃줄 지름이 지금보다 굵어져야 안 끊기겠죠. 누군가는 코끼리가 싼 대변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고, 어떤 이들은 이 코끼리를 갖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할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외수 작가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아니다”면서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창의력 발상을 하는 데 도움이 되라고 이 책을 썼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외수 작가에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전해 듣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데요.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메이저리거나 유명 연예인들 중에서도 숨은 독서가들이 많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외수 작가는 “요즘은 좀 안타까운 일을 겪었지만 강호동 씨도 독서량이 엄청나다”며 “책 많이 읽는 연예인들이 활동도 왕성한데 이것이 저는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창의력 원천은 사물과의 대화…글에는 생명력이 있다


 


이외수 작가에게는 평소 ‘창조성’, ‘감수성’, ‘청년정신’이라는 키워드가 따라 붙죠.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창의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곤 합니다. 이외수 작가는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머릿속에서 글에 대해 생각하며 보낸다고 하는데요. 비단 사물에 대한 글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고민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는 “고추를 떠올렸을 때, 고추가 가장 얄미울 때가 언제일지 생각해보라”며 “그건 바로 내 눈에 들어갔을 때다. 고추에 형상과 감성을 입히면 글의 모양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수 작가는 평소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 때문에 그의 방안에는 벽에 낱말이 적힌 종이들이 가득하죠. 중요한 일이나 금방 떠오른 아이디어는 그처럼 벽에 붙여두고 매일 생각한다고 하네요. 

그가 말하는 ‘정신과 영혼의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보통 글이라고 하면 문자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문자로 의사전달을 할 것 같으면 모스 부호로도 가능하죠. 한데 정말 글이라는 게 의사전달이 전부일까요? 이외수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는 글에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인 것이죠. 사람에게 보통 지식과 정신, 영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글도 이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해요. 여러분의 경험 속에서 어떤 책은 생물, 또 어떤 책은 무생물인 적이 있었잖습니까? 그건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에 달린 문제입니다.” 


독서의 진짜 목표는 지혜 얻기 위한 것 

보통 독서의 내공을 말할 때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를 기준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외수 작가는 오히려 “태산 같은 지식이 티끌만한 깨달음만 못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머릿속에 쌓은 ‘지식’이 가슴으로 자리를 옮기면 ‘지성’이 되고, 지성에 사랑을 더하면 ‘지혜’가 되죠. 이외수 작가는 “인생을 지식, 지성, 지혜 중 어느 것을 활용해 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 벌어진다”며 성경 속 솔로몬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솔로몬에게 두 어머니가 찾아와 누가 진짜 아이의 친모인지 가려달라고 합니다. 이에 솔로몬은 칼로 두 아이를 반으로 갈라 나눠주라고 명령하죠.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하면 자식을 사랑하는 친모가 ‘내가 가짜 엄마다. 저 여자에게 아이를 주라’고 말할 것을 지혜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랑이 가득한 지식과 머릿속에 가득 찬 지식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어요. 여러분은 독서의 궁극적 목적이 지성이 아닌 지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현행 입시제도가 아이들의 독서 교육을 막는 장애가 된다고도 지적했는데요. 예컨대 문학작품을 분석하라는 식의 논술 교육은 독서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외수 작가는 논술의 정답은 없으며, 사물을 보는 관점을 달리하면 여러 개의 답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시험에서 ‘결심이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를 뜻하는 말’을 쓰시오, 라고 해놓고 ‘작( )삼( )’ 이렇게 공란을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학생이 여기에 ‘작, 은, 삼, 촌’이라고 적었어요. 물론 출제자의 의도와는 벗어나죠. 하지만 이 학생은 세상에 결심을 오래 유지 못하는 사람이 자기 삼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이게 과연 틀린 답이냐? 그렇지 않다는 거죠. 문제의 정답을 찾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책을 읽을 때도 자유롭게 읽으시되, 여러 각도에서 글을 해석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나뿐’인 ‘나쁜’ 사람은 되지 말자구요~ 
 



지혜를 쌓는 삶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타인을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이 있기 때문이죠. 이날 이외수 작가의 촌철살인은 강연 말미에 언급한 이 사랑의 가치가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 바로 ‘나뿐’인 놈입니다. 나만 아는 ‘나뿐’인 놈은 곧 ‘나쁜’ 놈인 것이죠.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만물을 사랑하는 가슴 때문이에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이런 못된 심보 버리고 인간답게 사는 사회는 바로 앎에 사랑을 덧붙인 지혜로운 삶입니다."

강의가 끝나자 청중들은 재치와 소탈함이 넘치는 그의 열띤 강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청년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삶에 대한 통찰력, 무엇보다 사람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그를 이 시대 최고의 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요? 한편, 이외수 작가는 현재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기도 한데요. 오감체험장이 완공되는 2012년에는 감성마을을 전면 개방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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