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0. 10:17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서점에 가면 책에 둘러진 온갖 색깔과 미사여구의 띠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시죠? 여러분은 책을 사시면 띠지를 버리시나요? 아니면 모으시나요? 아마 버리시는 분들이 더 많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에 관심이 많은 수집가들에게는 띠지도 소중한 책의 일부분이라고 해요. 심지어 책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귀중한 초판본이더라도 띠지가 없으면 책의 가치가 반으로 줄어들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화폐수집가들 사이에서도 관봉(한국은행의 넘버링이 적힌 지폐를 묶었던 띠지)이 수집의 대상 중 하나라고 하니 책의 띠지도 수집의 대상이 된다 한 들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출판 대국인 일본에서부터 띠지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의 띠지만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시장도 있을 정도라고 하지요. 오늘은 이 띠지에 대해 함께 살펴 볼까요?
(전략)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소설 '솔로몬 왕의 고뇌'와 '가면의 생'을 함께 출간하면서 두 권 모두 작가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사진을 넣은 띠지를 둘러 언론사에 배포했었다. 그런데 막상 '물건'을 보니 아니다 싶어 긴급회의를 거쳐 띠지를 포기한 것. 마음산책 관계자는 "책이 완전히 출고된 후 띠지를 없애기로 결정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후략)
[띠지 잘 둘러야 눈에 띄지!] 조선일보. 2012. 7. 7
원래 띠지는 간단하게 말해 광고판입니다. 책이 적었던 옛날에는 상관이 없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씩 책이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에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 무언가가 더 필요하지요. 표지에 직접 인쇄하기는 곤란하지만 넣으면 독자의 선택을 받기 쉬울 법한 광고 문구를 적어넣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지요. 초판 XX만부 돌파!, OOO 추천도서, XXX 1위 도서, OO상 수상작, XXX 감독 영화화 결정! 등의 문구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중에서도 요즘 특히 많이 보이는 띠지는 영화화 소식입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흥행이 원작 도서의 흥행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기 때문이죠.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은교’나 법안화까지 이끌어 내었던 ‘도가니’도 영화화 이전에는 사실 도서 자체의 흥행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부족했었죠. 현실적인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화화된 원작 도서의 경우 간혹 표지 전체를 영화 포스터로 바꿔버리는 일도 있어서 독자들의 찬반양론을 낳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광고문구가 아니라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띠지는 유명인의 추천사일 겁니다. 일반서, 만화를 안 가리고 말이죠. 만화의 경우는 좀 더 자유로워서 띠지에 일러스트를 그린다던가 아니면 아예 4컷만화를 연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띠지가 단순 광고판 역할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띠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한데요. 특히 추리, SF, 판타지 등의 장르문학에서 그 활용이 활발합니다. ‘화차’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의 최신작 ‘안주’,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등 추리소설로 유명한 북스피어는 그 특징을 살린 띠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벤트를 제공하기도 했지요. 띠지에 숨겨진 총 8가지의 문양 ‘BOOKSFEAR’을 찾아오면 선착순으로 문화상품권을 주기도 했다니 추리소설 출판사다운 띠지 활용이네요.
튀어야 사는 출판사 이색 마케팅 사례들
이밖에도 특이하게 일반적인 가로 띠지와 달리 세로 띠지를 도입한 책도 없지 않습니다. 에코의서재 출판사는 SF 도서를 내면서 일반적인 띠지와 다르게 과감히 세로 띠지를 도입했으며, 문학동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오르한 파묵의 ‘하얀성’에 세로 띠지를 도입했었죠. 에코의서재 조영희 대표에 의하면 SF 소설 독자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 세로 띠지를 도입했는데 인터넷서점 서평에도 세로 띠지를 칭찬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합니다.
(전략) 책방에서 어떤 국내 소설가가 쓴 작품의 초판을 찾았는데 책 표지를 둘러싸는 '띠지'도 함께 구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책을 사자마자 띠지를 버리는 기자로선 당황스러운 이야기였지만 얼마 뒤 책 수집가로부터 띠지의 가치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띠지가 없으면 가치가 반으로 줄어들 정도라고 한다. (후략)
[책을 산다는 것…내용이 궁금해서만은 아니라니까요] 한국경제. 2011. 11. 19
별 생각 없이 대하던 띠지, 참 종류도 많고 활용 방식도 가지가지죠? 누군가에겐 수집품, 누군가에겐 책갈피, 누군가에겐 애물단지... 띠지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종이책을 사서 읽어야만 만져볼 수 있는 독특한 물건이라는 건 다들 동의하실 겁니다. 책의 띠지, 어쩌면 아이패드와 각종 전자책의 도입에서도 종이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작은 무기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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