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이 10배 증가? 바뀐 결혼 풍속도

2012. 8. 3. 10:0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서울에 사는 노총각 비율이 20년 새 10배가 늘었다고 합니다. 만혼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상화 되면서 이제는 30대 남성을 노총각이라고 부르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1990~2010년 30~49세 미혼 남성은 11만 3499명에서 49만 6344명으로 4.4배나 늘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35세 이상 남성의 미혼 증가율은 같은 기간 2만 4239명에서 24만 2590명으로 10배나 급증했는데요.  이렇게 노총각이 늘어나면서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 결혼관 등도 변화가 왔는데요. 만연해진 만혼 풍습에 한국의 결혼 풍속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함께 살펴보실까요?  



[출처-서울신문]



만혼(晩婚) 풍조가 확산되면서 30대를 더 이상 ‘노총각’으로 부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결혼하지 않은 30~40대 남성이 급증하면서 서울에 사는 30대 남성의 절반, 35~49세 5명 중 1명이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후략)


서울신문, 2012. 7. 26




서울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2.3세로 20년 전보다 3.9세 늦어졌고 여성은 30세로 4.4세 가 많아졌습니다. 여성의 초혼 연령이 더 많이 늦춰졌는데요. 20대 신부는 평균보다 일찍 결혼한 셈이 되니 대체로 20대에 가정을 꾸렸던 부모님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만 하겠네요.


결혼을 하지 않는 풍습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학력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남성은 저학력일수록, 여성은 고학력일수록 미혼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를 두고 결혼의 ABCD법칙이 들어맞는 세상이 되었다고들 하는군요. A급 남성은 B급 여성, B급 남성은 C급 여성, 이런 식으로 남성은 자기보다 학력을 비롯해 낮은 여성을 선호하고 여성은 자기보다 학력이나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한다는 것이죠. 이러다보니 D급 남성과 A급 여성은 결혼을 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세상이 됐네요.


물론 이 이유가 전부는 아닙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우선 20세기에서 21세기로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관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30~40대 남성의 3분의 1 가량이 결혼은 선택사항이라고 응답했으며,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도 5분의 1에 그쳤다고 합니다. 여성은 학력 상승과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으로 결혼 연령이 높아졌고요.


이렇게 바뀐 사회, 남녀의 결혼 세태 때문에 변한 것이 참 많습니다. 


"키가 너무 커서…". "나이가 너무 많아서…", "장손이라서…", "유학 경험이 있어서…", "양육자녀가 있어서…" 등등. 10년 전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들이 고객들과 상담 중에 자주 언급됐던 결혼장애 요인들이다. 그러나 사회 여건이나 결혼관 등이 변하면서 이제 이런 사항들은 더 이상 결혼을 어렵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후략)


한국경제 2012, 7. 26   




얼마 전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부자인 NC 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인기 여배우와의 스캔들로 주식을 처분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죠? “내 키에?” 10년 전에 키 큰 여성은 수용 불가한 신붓감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매력 있는 조건이라고 해요. 남성의 70%는 여성의 키가 168cm 이상이어도 좋다고 답했다고 해요.


또한 장손 장남을 기피하는 여성도 거의 사라졌다고 해요. 남녀 모두 외동이 많아져 장남이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죠. 10년 전에는 은근히 기피대상이었던 유학경험 여성 또한 이제는 장래가 촉망되는 커리어 우먼으로 오히려 인기 신붓감으로 반기고 있고요. 이처럼 10년 전과 지금은 참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가족의 기본은 결혼에서부터 시작된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부부는 30~35만 쌍에 이른다.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이들이 결혼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15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수치는 극심한 경제난이 생기지 않는 한 크게 줄지 않는다. 매해 결혼의 풍속은 경제상황과 맞물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후략)


아시아경제, 2011. 5. 9




전체적으로 늙어가는 신랑신부의 연령은 물론이고 이제 띠 동갑이라거나 여성이 연상인 연상연하 커플도 낯선 광경이 아니죠. 10년 전 10%에 불과했던 연상연하 커플은 이제 15%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어요. 만혼이 늘어나면서 출산도 늦어지고 있죠.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이유로 ‘내집 마련’을 들 수 있는데요. 이젠 단순히 아끼고 모은다고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죠. 그래서 배우자 직업 선호도 역시 지난 10여 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미혼남녀 직장인 모두 안정적 직업의 배우자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략)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직장인의 신랑감 인기직업에는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전체 응답률 8.2%(186명)로 신랑감 인기직업 1위에 올랐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공무원이 1위를 차지했다. 10년전 공무원의 인기순위는 3위였다.(후략)


경향신문, 2011. 10. 11




특히 여성들의 배우자 직업 선호도를 보면 시대상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1997년 IMF 직전인 1996년에 가장 선호하던 신랑감은 대기업 사원이었지만, IMF 이후 전문직과 공무원이 인기를 끌었고, 닷컴버블로 인해 IT가 반짝 떴다가, 장기불황의 여파로 의사나 변리사보다도 일등신랑감은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벌써 10년도 더 전인 IMF 직후의 기사를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잘 드러나죠. 비인기 직업이었던 남자 교사가 갑자기 결혼 배우자로 인기를 끌고, 직장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잡게 된 노총각들이 갑자기 귀하신 몸이 되었었다고 하는군요.



[출처-서울신문]




이는 장기불황을 겪는 현재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지금도 40%가 넘는 남녀가 자신의 배우자가 공기업 형태의 직장에서 근무했으면 한다고 하니 고용 안정성이 배우자 선택에 얼마나 중요한 잣대가 되었는지 알 법합니다. 반대로 10년 전에도 지금도 남성의 1등 신붓감은 교사인데요. 공무원 신분의 고용 안정성과 자녀 교육까지 생각한 결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10년 후 모습으로 비교되는 일본도 장기불황의 여파 때문인지 40~50대 남성의 15%가 평생 단 한 번도 연애를 안 해봤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기피하는 풍조를 ‘초식남 현상’으로 부르기도 하죠. 장기 불황 속에 계속된 경제적 부담으로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남성상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우리나라 노총각들도 일본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더 이상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삼포세대란 슬픈 말이 기사에서 보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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