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9.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글. 최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강사)|
학교 내 미디어와
AI 리터러시 교육은
필요성은 모두가 절실히 느끼지만,
도구나 교재, 기술적 한계 등
현실적인 장벽으로 일선 교실에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학교 미디어교육 활성화와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중학생 대상의 AI 리터러시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
미디어교육 운영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61개의 학교에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본고에서는 프로그램의 구성과
수업 진행 내용을 실제 운영 사례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평소 AI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 있었다면 눈 여겨 보자.
“사람이 스마트해질 때 기술이 돕는다.” (《넷스마트》, 2014)
챗GPT의 등장으로 열린 AI 시대가 불과 2년 만에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가 되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어디 하나 AI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교실에는 스마트폰이 신체 일부라는 ‘포노 사피엔스’에 적응하기도 전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AI 사피엔스’가 등장했다. 쓸 수 있는 사람과 쓸 수 없는 사람. 올바르게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기술은 언제나 기회와 문제를 동시에 만들고, 학생들 사이의 격차를 벌리고, 교사와의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정해진 교육과정 내 시간도 인력도 부족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AI를 제대로 가르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자칫 눈에 보이는 기술적 활용에만 집중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도 한다.
AI 교육의 핵심은 리터러시, 그 중심엔 기술이 아닌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AI 기술에 대한 본질적 이해와 장기적 플랜, 실질적 삶과의 연계, 그리고 체계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리터러시가 기능이 아니라 태도가 될 수 있도록 학생들 스스로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중학생을 위한 AI 리터러시 운영학교>(프로그램명: <미래를 이끄는 AI 리터러시>)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AI를 배제한 미디어교육과 미래 교육을 생각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이미 빗장 풀린 디지털 세상에서, 무방비 상태로 빠르게, 그것도 도구나 콘텐츠로만 AI를 접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AI 리터러시’는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으로 무엇보다 먼저 꼭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해 의미 있는 성장과 질문을 남겼던 중학교 AI 리터러시 교육 현장을 공개한다.
미래를 이끄는 AI 리터러시 교육
|
한국언론진흥재단의 AI리터러시 운영학교 프로그램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는 총 12개의 단원마다 학습해야 할 이론과 영상자료, 실습, 학습 내용을 점검하는 퀴즈로 구성돼 있다. 학습 플랫폼 내에서는 게시판이나 대시보드, AI 서포트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주요 학습 내용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인공지능과 미디어 리터러시(인공지능 생성 결과물에 대한 비판적 이해 및 윤리적 사용), 인공지능 활용(창의적이고 윤리적인 콘텐츠 제작) 등이다.
프로그램 운영 사례: 중학교 1학년의 ‘AI 탐구생활’

‘AI 탐구생활’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신중하게 다루는 방법 및 태도를 익힐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전반적인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에도 주안점을 두었다. 수업 내용은 <미래를 이끄는 AI 리터러시> 전체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인공지능과 만나요!’와 ‘인공지능과 미디어 리터러시’ 2개의 단원으로 재구성했다.
수업은 단원별 3차시, 총 6차시에 걸쳐 이뤄졌으며, 수업의 효율성을 위해 교차 구성돼 있던 이론과 실습, 퀴즈를 주제나 종류별로 묶어서 배열하고, 일부 영상 자료나 실습 자료를 도입 부분에 활용했다.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활동지도 함께 제작했다. 구체적 프로그램 구성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모듈 안의 모든 내용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동기화하거나 별도 편집해 적용했다.
1단원: 인공지능과 만나요!
인공지능과 만나요! 단원은 AI 리터러시 수업을 위한 플랫폼 활용 방법을 익히고, 실제 생성형 AI를 체험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 및 특징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성됐다.
▶수업의 시작: AI 리터러시 온라인 학습 플랫폼 접속하기
중학교 1학년 수업시간, 30명 남짓한 학생들이 컴퓨터실에 모였다. 아직 쉬는 시간인데도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컴퓨터 전원을 켰다. 수업은 학생들이 디지털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우선 모든 창을 닫고 크롬을 열어 구글 게스트 버전으로 접속을 지시했다. 공유 기기에서 내 정보를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수업 중 새 창을 열어 자신의 계정으로 다른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침이었다.
프로그램에 접속할 개인 계정과 오늘 수업할 내용이 적혀있는 활동지를 나눠주고, 프로그램 접속 방법을 화면에 띄웠다. 활동지에는 접속 주소와 별도로 태블릿 접속 학생들을 위한 QR코드를 넣었다. 쉬는 시간을 활용해 접속을 마쳤다. 쉬는 시간인데도 투덜거림이 없다. 수업 종이 치고 합류한 친구들은 사전에 접속한 학생들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활동 1: ‘인공지능이란?’
우리 수업이 인공지능에 대한 수업임을 알리고 ‘인공지능 정의 완성하기’를 미션으로 제시했다. 화면에 인공지능과 관련된 키워드를 띄우고 이를 활
용해 “인공지능이란 ~이다”를 완성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이 만든 문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정의를 설명했다.
<이론 1: 인공지능의 정의와 역사> 수업을 동기화하고, 인공지능이란 말이 언제, 어디서 처음 나왔는지 찾으라는 미션을 던졌다. 학생들의 손과 눈이 바빠졌다. 1956년, 다트머스 회의. 답이 나오면 답과 함께 학생들이 훑어본 파워포인트 내용을 정리했다. 인공지능의 정의를 다시 보고, 튜링 테스트에 대한 내용도 확인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처럼 배워야 한다는 것. 결국 인공지능이 배우는 내용은 사람이 만든 데이터라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활동 2: ‘지금 인공지능은?’
두 번째 활동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 즉 인공지능의 활용 사례를 찾는 활동이다.
<이론 2: 인공지능의 활용 사례>를 동기화하고 학생들에게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찾아 활동지의 5X5 빙고 판의 9칸을 채우도록 했다. 빙고 판을 채우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 4가지를 설명하고 기술이 아닌, 그 기술을 활용한 사례를 적도록 안내했다. 9칸이 금방 채워졌다.
<영상 1: AI 가수가 등장하는 시대>를 동기화하고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영상 속에서 AI로 만들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 활동지의 5X5 빙고 판을 마저 채우도록 했다. 빙고 칸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은 가수, 노래(작사+작곡), 배경, 소품, 영상, 자막 등 뮤직비디오에 포함된 요소들을 쏟아냈다. 아이들이 말한 것 중에 현재 AI가 할 수 없는 건 없음을 알렸다. 실제 AI로 제작된 영상을 보여줬다. 한 학생이 그럼 사람은 뭘 했냐고 물었다. “뭘까요?” 질문을 되돌려 줬다. “AI가 다 했다면 사람은 무슨 일을 했을까요?” “……” “AI를 썼어요.” “빙고” “그러니까 이제 우리에겐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화면의 프로그램명을 가리켰다. ‘AI 리터러시’, 인공지능을 잘 알고,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내 여러 기능에 관해 설명하고 수업 목차를 확인했다. 학생들 스스로 플랫폼 여기저기를 누비는 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낯선 단어들이 점차 익숙해졌다.
▶활동 3-1: 생성형 AI 체험하기 ‘알려줘!’, ‘그려줘!’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직접 활용해 보는 활동이다. 우선 플랫폼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인공지능 챗봇 AI 헬피의 기능과 특징을 설명하고 짧게 사용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잘 아는 질문을 던지고 헬피가 제대로 답하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앞서 수업한 내용에 대해서도 묻도록 했다. 주로 연예인에 대한 질문이나 지역, 학교에 대한 질문에 오답이 많았다. 이유가 뭔지 묻고 질문의 꼬리를 몇 단계 밟으니 바로 답이 나왔다. 학습한 내용(데이터)과 학습의 문제라는 것. 질문을 바꾸니 답이 바뀌었다는 학생도 있었다. AI가 정답을 말할 때까지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이 이걸 ‘AI 가스라이팅’이라고 해서 함께 웃었다.
몇 가지 질문만으로 학생들은 AI가 똑똑하기는 하나 완전하지는 않으며 사용자에게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앞으로 궁금한 점은 헬피에게 도움을 받되 맹신해서는 안 되며,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다른 자료를 더 찾아봐야 한다는 ‘헬피 사용 설명서’를 함께 나눴다.
이 활동을 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학생들에게 AI 헬피와 나눈 대화 내용이 삭제되지 않고 공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알려야 한다. 그래야 의도치 않은 개인정보 노출이나 부적절한 대화를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내 AI 이미지 생성 툴과 패들렛의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 미션을 줬다. 패들렛 링크는 수업자료로 추가하고, 자화상은 패들렛에서 ‘그릴 수 없음’을 활용해 바로 그리거나, 프로그램 내 ‘AI 이미지 생성 툴’을 활용해 그린 뒤 패들렛에 붙여 넣도록 했다. 결과물 평가 기준은 자화상이니 자신의 실제 모습과의 싱크로율이라 알렸다.
처음에 아무런 설명 없이 그리라고 하면 학생들은 대다수 짧은 단어 중심으로 입력하고 결과물을 기다린다. 학생들 대다수가 결과물의 수준이 나쁘지는 않지만,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고 했다. 주제를 자화상으로 준 이유다. 목적이 없으면 학생들은 그냥 결과에 만족하거나 장난스럽게만 활동을 이어간다. 친구의 얼굴이나 유명인의 얼굴을 그리는 경우가 있어 초상권과 명예훼손에 대한 이야기와 최근 딥페이크 문제를 살짝 설명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나의 재미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건 폭력이다. 내친김에 생성형 AI 윤리 가이드를 함께 확인했다. 윤리적 문제는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업 때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때마다 짚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AI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AI 탓을 한다. 정말 그럴까? 패들렛에 제시된 프롬프트 작성 방법을 참고해 다시 그림을 그리게 했다. 결과물에 따른 프롬프트 수정 방법도 알려줬다. 몇 번의 수정을 거친 후 아까와는 다른, 수준 높은 결과물이 패들렛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작품과 함께 프롬프트 내용도 함께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갸우뚱과 감탄이 오갔다. 싱크로율이 높은 그림은 모두 프롬프트에 관심을 가졌다. 자신과 같은 AI를 쓴 게 맞는지도 물었다.
감상을 마치고, 이 자화상을 팔거나 전시할 수 있을지 물었다. 수업은 자연스럽게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 문제로 연결되었다. 인공지능 개발자에게 있다는 대답이 의외로 많았다. 왜냐고 물으니, 자신이 한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다른 경우는 어떨까? 인공지능 저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문제다. <인공지능과 저작권> 수업 자료를 동기화하고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게 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저작물에 인간이 저작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눴다. 대체로 ‘사람이 명령을 잘 해야 하고, 자신이 한 일을 증거로 남겨야 한다’는 이야기로 정리되었다.
▶활동 3-2: 인간 지능 vs 인공지능
AI 발전 수준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주의하고,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활동이다.
<실습: 진짜 사진은 어느 쪽?>과 <실습: 진짜 영상은 어느 쪽?>을 활용했다. <진짜 사진 찾기>는 함께, <진짜 영상 찾기>는 개별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영상을 찾는 활동의 경우 점수가 나와서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다. 점수는 보통 높아야 300~400점대. AI로 만든 콘텐츠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기분 나쁘고 무섭다고 표현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어서 <이제는 텍스트로 영상도 만드는 AI> 자료를 함께 봤다. 유튜브에서 AI로 만든 영상을 더 찾아서 보여줬다. 미리 수업 자료로 넣어둬도 되지만 유튜브나 구글 검색은 학생들 앞에서 직접 검색하고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는지 수업 때마다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높다.
실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AI로 만든 이미지나 영상을 본다면 구분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다수가 고개를 저었다. 인스타그램의 가짜 프로필, 유튜브의 AI 영상,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한 AI 이미지 몇 개를 더 보여줬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습: 영상 속 인공지능의 흔적 찾기>를 진행했다. 이 활동은 별도로 추가한 실습으로 오픈AI인 SORA가 만든 영상을 보고 인공지능이 만든 흔적을 찾는 활동이다. 처음 AI가 만든 영상이라는 소개에 놀라움을 나타내던 학생들이 AI의 흔적이 20개 이상 있다고 하니 진지하고 꼼꼼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찾기 어렵다고 마무리하기보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메시지를 주의 깊게 살피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기획한 활동이었다. “그냥 생각 없이 볼 때는 다 진짜구나 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부분들이 보였어요. 왜 처음에는 못 봤는지 너무 신기해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AI 기술이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 이것을 아는 것이 AI 리터러시의 출발점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챗봇 AI 헬피에게 AI 이미지 생성 기술이 긍정적으로는 어떻게 쓰일 수 있는 지와 활동지에 제시된 ‘미션 2: AI가 할 수 있는 것’을 질문하도록 했다.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시가 학생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AI가 할 수 있다고 답한 내용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일었다. 실제 사례들을 간략히 언급했다. AI로 만든 가짜 사진과 영상을 구분할 방법도 질문하도록 했다. 놀랍게도 앞서 게임 과정에서 이미 물어본 학생들이 있었다. 결론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2단원: 인공지능과 미디어 리터러시
인공지능과 미디어 리터러시 단원은 인공지능의 학습 및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가진 양면성을 탐색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단원이다.
수업은 3단계(인공지능의 학습 방법 살펴보기 →인공지능의 문제점 분석 및 해결방안 찾기 →인공지능 슬기롭게 활용하는 법 토론하기)로 진행됐다.
▶활동 1: 인공지능의 학습 방법 살펴보기
챗GPT-4o의 시연 장면으로 수업을 열었다. 학생들은 진짜 인공지능이 맞는지 물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똑똑해졌을까?” 1차시 때 정리한 인공지능의 개념을 다시 상기하고, <인공지능의 학습 방법> 수업을 동기화했다. 머신 러닝, 딥 러닝, 이미 들어본 학생들도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낯선 개념이었다.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실습을 진행했다. 확실히 설명만 들을 때보다 학생들의 이해 속도가 빨랐다. 딥 러닝은 인간의 뇌와 연결 지어 설명했다.
딥 러닝 사례로 구글의 ‘오토드로우’를 시연했다. 그리기 도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우스로, 손가락으로 대강 그린 그림들이 완성된 그림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흥미로워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구글의 ‘퀵드로우’를 동기화하고 결과물을 패들렛에 공유하도록 했다. “어떻게 내 그림을 맞출까?”, “왜 내 그림을 맞추지 못할까?” 인공지능의 학습 방법을 구체적으로 익히는 것보다 ‘빅데이터, 학습, 알고리즘, 문제해결’의 연결고리를 인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활동 2: 인공지능, 슬기롭게 활용하기
활동 2는 전적으로 학생 중심 활동으로 운영했다. <미래를 이끄는 AI 리터러시> 프로그램의 자기주도 학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인공지능, 슬기롭게 활용하기> 활동을 열고 수업 목차를 보며 인공지능이 가진 문제점을 찾도록 했다. 수업 목차의 제목만으로도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에 충분했다. ‘환각’, ‘편향’, ‘딥페이크’, ‘가짜뉴스’. 제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각각의 문제점에 대한 브레인라이팅을 진행했다. ‘AI 헬피’를 언급만 했는데, 지난 시간 이미 체험해 본 경험이 있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AI를 학습 도우미로 활용했다. 처음과 달리 학생들이 질문과 답을 일회성으로 끝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딥페이크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았고, ‘환각’이나 ‘편향’에 대해서는 지난 생성형 AI 체험 시 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부분들이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다. 짝과 함께 패들렛의 샌드박스를 활용해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멀티플로우맵으로 작성해 공유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포스트잇 기능을 활용해 해결 방안도 찾아 정리했다. 오프라인이었다면, 이렇게 수업 자료가 잘 정리된 교육용 플랫폼이 없었다면 어려워했을 활동을 학생들은 쉽게 접근하고 빠르게 수행했다.
모두의 참여가 의미 있기는 했지만 제시된 자료나 AI의 답변을 그대로 베끼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올린 데이터의 질과 개수에 가치를 부여했다. 인공지능의 문제 해결 과정이나 결과물의 가치도 원리는 같음을 재차 확인시켰다.
마지막으로 ‘가짜뉴스 팩트체크하기’를 실습했다. 원래 활동은 학생들이 직접 AI를 활용해 가짜뉴스를 제작하고 진행하는 것이 순서였으나 여러 여건을 고려해 제작 단계는 제외하고 이미 제작된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하는 활동만 진행했다.

수업 자료 링크에 콘텐츠 3개를 올리고 팩트체크 가이드에 맞춰 팩트체크를 진행하도록 했다. 팩트체크 가이드만 제시하고 팩트체크를 하라고 하니 대뜸 AI에게 묻는다. 기사의 날짜를 확인하라고 했다. 그 정도 지시만으로도 학생들은 AI 헬피는 대답할 수 없는 정보임을 알아챘다. <좋은 미디어를 가려내는 팩트체크> 수업 자료를 동기화하고 팩트체크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하나씩 살피면서 정말 있는 기사인지 제목으로 검색하는 방법,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확인하는 방법 등 팩트체크의 구체적 방법을 안내했다. 진짜와 가짜가 교묘히 섞여있는 가짜뉴스의 특징도 설명했다. 실습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가짜뉴스라고 생각한 기사가 실제 있는 제목이나 사진, 영상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활동 2-3: 인공지능의 PMI 토론하기

오프라인 활동지를 활용해 기존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모둠별로 인공지능 PMI 토론을 진행했다. 여기서 P는 장점(plus), M은 단점(minus), I는 내가 해야 하는 일(I do)를 의미한다.
인공지능의 장점에 대해서는 ‘일을 빨리할 수 있다.’, ‘그림, 음악 등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생활이 편리해졌다.’,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전에 없던 것들이 많이 생겨났다.’ 등 편리성과 수월성에 대한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의료나 교육 등 구체적 예를 제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단점으로는 보안, 악용 문제 등 앞서 정리한 인공지능의 위험성이 대다수 제시됐다.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공부’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뭐든지 답하고 뭐든지 해준다는 AI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내린 결론이 ‘공부’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결국 ‘사람이 스마트해질 때 기술이 돕는다.’
이번에는 오프라인으로 활동을 진행했지만 다음에는 게시판 기능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AI 리터러시 수업을 운영하며 느낀 <미래를 이끄는 AI 리터러시> 프로그램의 장점과 유의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
1. 교사 교육과정 구성 및 운영의 수월성
체계적이고 다양한 수업이 모듈 형식으로 구성돼 있고, 파일이나 링크 등 많은 유형의 수업 자료 탑재가 가능해 학습 목적이나 환경에 따른 수업 재구성이 용이하다. 미디어교육의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수업 내용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육 도구 등을 변경, 추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이 직관적이고 유연하게 설계돼 있다. 한 플랫폼 내에서 이론과 실습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2. AI에 대한 다각적 관점과 유기적 구성
한 프레임 안에 AI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적 요소들이 다각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기술적 부분과 윤리적 측면을 효과적으로 연결해서 가르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왜 비판적으로 다뤄야 하는지를 AI의 학습 및 작동 원리와 연결 지어 이해할 수 있었다.
3. 학생들의 높은 집중도 및 참여율
AI라는 주제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자율성과 수월성이 확보된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의 활동은 오프라인보다 집중도와 참여도가 높았다. 이론-영상-실습–퀴즈 등 다양한 수업 유형과 수업 화면 동기화 기능도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4. 수업 효율성
활동 설명이 상세해 학생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수업의 공개, 비공개 설정 기능을 활용해 교사와 함께 할 부분과 학생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을 잘 구분해서 배치하면 짧은 기간에 많은 학습량과 높은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5. 유용한 수업 도구 포함
화이트보드, 타이머, AI 서포트 등 수업에 유용한 도구들이 많아 수업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프로그램 운영 상 유의점
1. 사이트 접속 및 로그인 문제
학교 인터넷 환경 및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에 따라 사이트에 접속하고 로그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짧은 차시 수업의 경우 로그인으로 소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2. 차시별 수업 내용 조정
단원별, 차시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실습을 함께 진행하기에는 수업 내용이 많다. 일부 영상은 학생들에게 좀 어려웠다. 학생들 상황과 수업 목적에 맞춰 수업 전 내용 조정이 필요하다.
3. 영상 및 실습 사이트 점검
AI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이트 및 자료, 도구 등이 개발돼 나오고, 기존 사이트나 도구 등도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나 사용 조건 등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업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4. 수업 이탈 관리
화면 동기화 기능으로는 새 창 열기를 막을 수 없어 일부 수업 이탈이 있기는 하나 중간마다 실습이 많아 그리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단, 학생들이 다른 창을 많이 열어놓는 경우 프로그램이 느리게 동작하는 경우가 있어 중간중간 창 관리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5. 토론 활동 조정
모든 활동을 하고 토론하기에는 시간이 아주 부족하다. 특히 윤리적 토론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더욱 깊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토론 중심으로 수업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활동과의 연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6. 결과물 공유
자체 게시판을 활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파일 용량에 제한이 있고, 학생들의 결과물을 직관적으로 모아서 볼 수 없다. 단, 패들렛 등의 외부 링크를 새 창으로 열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결과물 공유 및 토론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7. 수업 사례 및 자료 공유
수업마다 내용과 진행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서 수업 사례 및 자료 공유가 수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부분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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