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

2018. 10. 17. 14:30포럼

지난 9월 1일과 8일 이틀간 한국정보사회학회와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고려대학교 도서관이 주관한 <제1회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가 고려대 도서관 CJ Creator Library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캠프는 전국 고등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특강 및 팀별 활동으로 구성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하였다.




김경희(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한국방송학회 미디어교육특위 위원장)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오늘날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업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1회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한국정보사회학회‧한국방송학회 주최, 고려대 도서관 주관, 2018년 9월 1일과 8일 진행)에 참여한 학생이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김아미 박사(경기도교육원구원)의 강의를 듣고 던진 질문이었다. 김아미 박사는 이에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여러분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있나요? 현재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고 있는 교육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보조사 교육이나 인터뷰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교육, 중학교에서 배우는 정보윤리 교육, 학습활동으로 진행되는 UCC 제작 교육 모두 미디어 리터러시적 요소를 지니고 있죠. 이렇게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육 활동을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큰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답변을 마치고, 캠프에 참여한 50명의 학생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손을 든 학생은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고작 40분의 강의를 들은 학생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0년 넘게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니, 우리나라 미디어교육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한국방송학회 미디어교육특별위원회가 올해 사업을 계획하면서 가졌던 문제의식이기도 했다.


보고 들으며 미디어 리터러시를 이해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최근 미디어 캠프를 개최하는 기관이 있긴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를 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자 고민하던 중 심재웅 교수(숙명여대)가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를 제안했다.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에 위원 9명은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추진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청소년 대상의 캠프를 진행하려니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강의와 촬영을 설계하고 강사진을 꾸리는 일부터 경비를 충당하는 일, 학생을 모집하는 일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 비슷한 계획을 세웠던 김성철 정보사회학회 회장이 같이 해보자며 많은 일을 맡아 주어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또한,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 이유를 정성껏 적어 보내준 학생들의 글과 전북,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올라온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 특강을 듣고 쏟아진 훌륭한 질문을 보면서 캠프를 준비하는 동안 지쳤던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한국방송학회를 비롯해 다양한 학계 및 전문가들이 힘을 모았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최세정 교수(고려대)의 사회로 시작된 1일 차 프로그램은 김영찬 한국방송학회 회장과 김성철 한국정보사회학회 회장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됐다. 9시 30분부터 12시까지는 ‘미디어 리터러시 이해하기’(김아미 경기도교육원구원 연구위원), ‘미디어 산업 이해하기’(지성욱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미디어 윤리와 법제 이해하기’(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총 세 개의 특강이 진행됐다. 아래는 특강을 듣고 난 후 진행한 질의응답 일부이다.


질문: 명예훼손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데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나요?

답변: 명예훼손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질문해주시다니 상당히 놀랍습니다. 명예훼손이 언론법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이유는 본질적으로 명예훼손의 처벌이 타인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 관련 인격권이 충돌했을 때, 그것의 균형을 조화롭게 맞추는 것은 일의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일입니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어느 권리를 더 보호할 것인지 선례를 참고하여 결정을 내립니다. 결론적으로 어느 권리가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충돌하는 권리 간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박아란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이 밖에도 ‘인공지능이 명예훼손을 했을 경우 어떻게 처벌할 수 있는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패러다임에 관해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교육을 함에 있어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것인가?’ 등 핵심을 찌르는 깜짝 놀랄만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실천하다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5개의 팀으로 나누어 팀별 활동을 했다. 팀 활동은 한국방송학회 미디어교육특위에서 올해 초 발행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책에 실린 실습과제 중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팀마다 미디어교육특위 위원(고려대 최세정, 광운대 정일권, 국민대 홍주현, 이화여대 조연하, 중앙대 이숙정, 한국외대 박주연, 한림대 김경희)이 한 명 이상씩 참여했지만, 토론은 철저하게 학생들 중심으로 진행됐고, 교수는 학생들의 토론을 도와주고 보조하는 촉진자(facilitator)의 역할만 담당했다.
‘학생들이 토론하기를 가장 싫어하지 않을까?’, ‘처음 만나는 학생들이 어색해서 토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등 준비과정에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학생들이 선택해서 토론한 주제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표1>과 같다.

<표1>

□ 뉴스 포털 사이트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신문 뉴스와 방송 뉴스를 각각 하나씩 선택하고, 그렇게 평가한 이유를 이야기해보자.

□ 기존 뉴스의 댓글란에 기사 내용 관련 정보를 추가하거나 기사 내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고 팀원들과 공유해보자. 

□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개인방송을 1~2편 선정해보고, 그 방송에 나타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개인방송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 팀원들과 함께 논의해보자.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방송을 좋아하고 즐겨보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이야기해보자.

□ 평소 좋아하는 웹툰, 웹드라마, 크리에이터 동영상에 제품, 서비스 내용이 포함되는지 찾아보고 그것이 상업적 목적을 띤 노출인지 살펴보자. 상업적 목적의 콘텐츠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 사례들을 비교해보자.  



학생들은 각 주제를 놓고 팀별로 토론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짜 뉴스와 댓글의 문제 그리고 개인방송의 영향과 상업적 목적의 콘텐츠를 구분해내는 법 등을 공유하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1일 차 마지막 활동은 정일권 교수(광운대)가 진행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진술문 OX 퀴즈였다. 퀴즈를 풀다가 탈락하기도, 찬스를 통해 부활하기도 하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재미뿐만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까지 높일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일주일 뒤 진행된 2일 차 캠프에서는 김웅 그래픽디자이너의 특강으로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영상의 해상도와 프레임레이트, 카메라 세팅 순서(노출, 화이트밸런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등), 프리미어 프로에 대해 배웠다. 점심 식사 후에는 미리 제시해준 주제인 ‘가심비[각주:1]’에 대한 영상을 팀별로 만들어보며,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주 동안 어떻게 영상을 만들지 고민해온 덕분인지 아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훌륭한 영상을 제작해냈고, 잠시나마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어 생산과정을 이해해 볼 수 있었다.

모션센스 김웅 그래픽디자이너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 이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같은 주제지만 다른 소재, 다른 결론을 제시한 영상들을 보면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학에 입학해서 미디어를 전공하실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겠지만 여러분들 모두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진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필자가 건넨 인사말이다. 이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를 진행한 학회의 바람이기도 하다. 미디어교육특위위원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하루빨리 학교 교육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캠프를 마무리했다. 글을 마치며, 장소와 행사 진행, 그 밖의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고려대학교 도서관 교직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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