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끌레미의 ‘2018 언론 주간’ 들여다보기

2018. 7. 10. 17:00해외 미디어 교육

프랑스 교육부 산하 미디어 전문교육기관인 끌레미(CLEMI)의 주요 활동 사업 ‘학교에서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la Semaine de la Presse et des Médias dans l’École)’이 올해로 29회째를 맞이했다. ‘정보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테마로 지난해에 이어 흥행을 이어간 2018 언론 주간을 살펴본다.



진민정(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2018년 테마, ‘정보는 어디에서 오는가?’ 

해마다 끌레미(CLEMI, 미디어와 정보 교육 연계 센터)에 의해 열리는 ‘학교에서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la Semaine de la Presse et des Médias dans l’École, 이하 언론 주간)’이 지난 3월 19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그 어느 해보다 참여율이 높았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언론 주간의 흥행은 계속됐다. 2017년과 유사하게 350만 명의 학생과 21만 명의 교사가 참여한 것이다. 

29번째를 맞이한 올해 언론 주간의 테마는 지난해에 이어 ‘정보는 어디에서 오는가?(D’où vient l’info?)’였다. 지난해와 같은 테마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끌레미의 책임자인 이자벨 페록 뒤메즈(Isabelle Féroc Dumez)는 “인터넷으로 인해 끝없이 퍼져나가는, 그리고 지금은 남녀노소, 모든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보의 상대주의, 거짓 정보와 ‘대안적 진실’의 도전에 맞설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디어와 광고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는 학생들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SNS를 통해 유통되는 시대 속에서 정보의 출처를 찾아 그 진위를 확인하며, 팩트에 기반해 자신들만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올해의 언론 주간 테마를 위해 끌레미는 ‘저널리즘 이해하기’, ‘정보 생산하기’, ‘정보‧거짓 정보의 구분’, ‘정보‧광고의 구분’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된 교육 가이드를 배포했다.

이 가이드는 각각의 주제와 연관된 미디어 현상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 자료’와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 ‘예시 자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2018년 언론 주간의 테마, D’où vient l’info? <사진 출처: 끌레미 홈페이지>



‘저널리즘 이해하기’와 ‘학교 미디어 제작하기’

끌레미의 교육 가이드[각주:1]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주요 주제에 ‘저널리즘 이해하기’가 포함되었다는 것과 ‘학교 미디어 제작하기’에 관한 내용을 부록으로 넣은 것이다.

이는 2017년 1월 공포된 「평등과 시민권법」[각주:2]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 법의 41조에서는 16세 이상 고등학생의 경우, 이들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출판의 책임자가 되는 것을 허가하고 있다. 이는 동시에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학교 미디어의 편집팀들 또한 일반 직업 저널리스트들처럼 저널리즘 윤리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끌레미는 교육 가이드를 통해 학생들이 제작한 매체는 시민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표현과 의견의 자유를 실천할 수 있는 도구라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 매체들은 일반 언론사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며, 구체적인 독자를 대상으로 이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편집팀의 집단적인 협업에 의해 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의 미디어교육은 정보사회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시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미디어의 자율적 사용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서로 다른 형태의 미디어를 발견하고 이용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규칙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끌레미는 언론 주간 동안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제안했다. 이들은 학교에 신문가판대를 설치하고,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뉴스매체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사안을 뉴스매체들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도 비평을 통해 분석하기도 하고, 전문 저널리스트들과 시사에 관한 토론이나 컨퍼런스를 조직하기도 했다. 올해는 1,850개 가량의 언론사가 언론 주간의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들은 정기구독자들만 접근 가능한 정보를 무료로 개방하거나, 자신들이 제작한 미디어교육 자료를 배포했다.[각주:3]

  

훨씬 다양해진 언론의 미디어교육 자료들

언론사들의 미디어교육 자료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졌고, 그 포맷 또한 다채로워졌다. 이미 2015년부터 미디어교육 동영상 자료를 제작해온 프랑스 텔레비지옹이나 아르떼, TV5몽드와 같은 공영방송채널들은 상당한 양의 동영상 자료를 축적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자사의 교육 전문 플랫폼인 ‘FranceTV Education’[각주:4]에 사진, 인터넷, 저널리즘 등을 아우르는 미디어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중 저널리즘과 관련된 동영상만 100여개에 이른다. 여기에는 ‘저널리스트란?’, ‘저널리스트의 사회적 책무’, ‘저널리스트와 법’, ‘탐사저널리즘’, ‘언론의 자유’, ‘미디어의 소유구조’, ‘디지털 시대 저널리스트의 역할’ 등 주로 저널리스트의 직업윤리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이 있다.

TV5몽드는 ‘TV5몽드와 프랑스어 배우기’[각주:5]라는 교육전문 플랫폼에 다양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미디어 세계, 그 규범과 역할’이라는 제목의 미디어교육 카테고리 안에서 58개의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각각의 동영상을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방법도 동시에 제공한다. 



FranceTV Education의 미디어교육 자료 <사진 출처: FranceTV Education 동영상 캡처>



아울러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 채널인 아르떼(ARTE)의 청소년 뉴스 프로그램 ‘아르떼 주르날 주니어(Arte Journal Junior)’[각주:6]는 언론주간을 위해 특별히 ‘정보에 대한 5가지 질문’이라는 동영상 자료를 프랑스와 독일어로 제작했다. 

청소년 저널들도 다양한 미디어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긱 주니어(Geek Junior)는 가짜 뉴스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 기사[각주:7]를, 라트라파쥬 드 락튀(Rattrapages de l`actu)는 청소년들을 위해 한 주의 뉴스를 요약해 제공하고 있으며, 동시에 ‘팍토스코프(factoscope)’라는 팩트체크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정치인들의 발언을 ‘진짜’, ‘가짜,’ ‘불확실’로 구분해 검증하고 있다. 아동을 위한 뉴스사이트인 엉주르 어낙튀(1jour 1actu)는 아동들이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엉주르 윈퀘스티옹(1jour, 1question)’[각주:8]이란 서비스를 통해 하루에 하나씩 정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한다. 예컨대, “뉴스기사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저널리스트들은 어떻게 탐사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게임 형태로 미디어교육 자료를 제작하는 곳도 많은데, 리베라시옹의 ‘프티 리베(P’tit Libé)’[각주:9]가 이 중 하나다. 프티 리베는 7~12세 사이의 아동을 위한 교육용 게임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아동이 시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외에도 기브미 파이브(Give me five), 줌줌 오카피(Zoom Zoom Okapi), 세팍튀엘(cFactuel)등 다양한 미디어교육 전용 앱도 등장했다. 


미디어교육은 가짜 뉴스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이처럼 수많은 미디어교육 자료가 저널리즘을 이해하고, 학교 미디어를 만들며, 정보의 해독을 돕고, 인터넷상의 가짜 뉴스를 알아차리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료들이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이들 중 상당수의 미디어교육 자료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지난 3월 초 문화부 장관인 프랑수와즈 니쎈(Françoise Nyssen)이 프랑스 텔레비지옹, 라디오 프랑스, ​​프랑스 미디어 몽드, INA(국립시청각자료원), 아르떼, TV5몽드 등 공영방송사를 필두로 “미디어교육과 정보의 해독을 위한 공동 플랫폼을 창설하고자 한다.”면서 미디어교육 예산을 300만 유로에서 600만 유로로 증액할 것을 발표했기 때문이다.[각주:10]

이처럼 프랑스의 미디어교육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보 과잉이 가짜 뉴스를 부추기는 시대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자율적‧비판적인 정보 소비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학교 미디어 제작의 활성화, 정보 해독을 돕는 다양한 미디어교육 자료,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등 많은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도 언론사들, 적어도 공영방송만이라도 미디어교육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시민의 비판적 정보 소비 능력을 향상하고, 저널리스트들 스스로 저널리즘의 기본을 다시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1. https://www.clemi.fr/fileadmin/user_upload/Dossier_Pedagogique_SPME_2018.pdf [본문으로]
  2. ‘평등과 시민권’에 관한 법은 2017년 1월 27일에 공포되었다. 총 224조로 구성된 이 법은 시민 의식과 청소년의 권리 신장을 장려하고, 사회계층혼합 및 주거 환경에 있어 평등한 기회를 증진하며, 진정한 평등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vie-publique.fr/actualite/dossier/rub1981/egalite-citoyennete-que-change-loi-du-27-janvier-2017.html를 참고 [본문으로]
  3. 언론 주간의 파트너 언론사들은 너무 많아 나열하기 힘들다. 다만 몇몇 예를 든다면, AFP, 르몽드, 세팍튀엘, 르꺄트뢰르, 메디아파르트, 레주르, 렝프레뷔, 유로프레스, 에레 쉬르 이마쥬 등을 비롯해 수많은 유료매체가 무료로 사이트를 개방했고, AFP와 르몽드, 밀랑 프레스, 과학뉴스 전문 통신사(Agence science-presse), 프랑스 텔레비지옹, 아르떼, TV5 몽드, 프랑스 메디아 몽드, 라크롸, 르피가로, 르고라피, 우에스트 프랑스 SEPM(매거진 발행자 노조) 등을 비롯한 수많은 매체가 디지털 버전의 미디어교육 자료를 제공했다. [본문으로]
  4. https://education.francetv.fr/programme/les-cles-des-medias [본문으로]
  5. http://enseigner.tv5monde.com/collection/education-aux-medias [본문으로]
  6. https://info.arte.tv/fr/arte-journal-junior [본문으로]
  7. https://www.geekjunior.fr/fake-news-c-est-quoi-comment-prevenir-11452/ [본문으로]
  8. https://www.1jour1actu.com/infos-animees/ [본문으로]
  9. https://ptitlibe.liberation.fr/ [본문으로]
  10. 이 예산은 미디어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넓히고, 저널리스트의 학교 미디어교육 참여를 확장하는 데도 쓰일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https://www.la-croix.com/Famille/Education/Francois-Nyssen-lance-plan-leducation-medias-2018-03-05-1200918330를 참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