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담은 ‘브이로그’ 촬영도 놀이 아닌 ‘노동’

2021. 1. 26. 17:12해외 미디어 교육

‘스튜디오 버블티’의 브이로그 중 가장 높은 조회 수(29M)를 기록한 ‘펀 인도어(Fun indoor)’ 화면.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일상 담은 ‘브이로그’ 촬영도 놀이 아닌 ‘노동’

 

프랑스 ‘어린이 유튜버 보호법’ 제정 의미

 

어린이 유튜브 채널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일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작년 10월 프랑스에서는 어린이 유튜버의 동영상 출연을 노동으로 규정한 뒤,

어린이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노동 착취를 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글 하서린 (다큐멘탈리스트)

 


 

 

16세 이하 자녀와 함께 SNS 콘텐츠를 제작하는 보호자는

콘텐츠의 양과 수익이 일정 기준을 넘어설 경우 행정 허가를 받아야 한다.

승인을 받지 않으면 긴급심리에 회부될 수 있으며,

기업의 경우 5년 금고형 및 7만 5.000유로(약 1억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프랑스 국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어린이 유튜버 보호법’이 2020년 10월 19일 공포됐다. 이제까지 법적 공백에 놓여 있던 어린이 유튜버에 대한 실질적 보호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16세 미만 어린이 이미지의 상업적 이용을 규제하는 법안’(이하 ‘어린이 유튜버 보호법’)을 발의한 브루노 스튀데(Bruno Studer) 의원은 "프랑스는 아동 인플루언서의 권리 보장에서 선구자가 될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아동 노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금지 대상이며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아동 권리와 사생활, 노동법을 아우르는 이 문제를 많은 나라에서 아직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유튜버는 신종 아동 노동 착취

미국의 ‘라이언스 월드’, 한국의 ‘보람티비’처럼 어린이 유튜버의 상업적 성공은 전 세계적 흐름으로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스완과 네오’, ‘마드모와젤 사비나’, ‘엘리스 매직 월드’, ‘스튜디오 버블티’, ‘데모 주에’ 등 프랑스 유튜브 채널들은 수백만 명의 구독자와 주당 수천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기 요리사 코브’는 인스타그램에서 250만 명의 팔로어를, ‘스완과 네오’는 523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채널들의 공통점은 바로 ‘16세 미만 어린이’와 부모가 운영한다는 것. 어린이 유튜버 채널은 때로는 회사의 지위를 가지고 평균 주 3회 이상의 영상을 포스팅한다. 브루노 스튀데 의원은 광고, 스폰서링, 제품 제공 등으로 수익이 월 15만유로가 넘어 부모가 본업을 그만두고 콘텐츠 제작에만 매달리는 있는 사례를 언급했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9년 가장 소득이 높은 유튜버 톱10에 선정된 3명 중 2명이 10세 이하의 어린이였다. 어린이가 출연한 영상은 다른 영상에 비해 3배 정도 인기가 높았다. 한 온라인 스타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유튜브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비 시터이기 때문”인데, 이는 프랑스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메디아메트리(Médiamétrie)의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유튜브 채널 ‘스완과 네오’의  ‘24시간 동안 한 가지 색깔의 음식만 먹기’ 영상의 한 장면.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어린이 유튜버의 상업적 성공은 출연 아동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문제를 제기한다. 스튀데 의원은 법안 발의문에서 어린이 출연 영상에서 연출된 활동이 불러올 수 있는 어린이의 권리 문제, 유명세가 어린이의 심리 발달에 미치는 영향, 사이버 폭력 및 소아 포르노의 가능성,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프랑스 아동노동법 제 R7124-1조 1)는 아동 노동의 근로 조건, 시간, 보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법으로 권리가 보장된 공연계 아동은 성년이 될 때까지 신탁계좌에 보수를 지급받도록 규정되어 있고, 아무리 부모나 보호자라 할지라도 그 수익에 손을 댈 수 없다. 문제는 이 법이 온라인상 노동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 유튜버의 촬영 시간과 기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고, 때로는 천문학적이기까지 한 이들의 수입이 일반 세법 및 사회법으로만 규제되어 왔다. 엄청난 규모의 수익을 내는 어린이 유튜버들이 부모에게 혹사당하거나, 업체의 돈벌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아동인권단체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아동 노동 착취라는 비판이 등장했다.

 

어린이 유튜버 고용 시 당국의 승인 필요

앞으로는 새로운 법 규정에 따라 16세 이하 자녀와 함께 SNS 콘텐츠를 제작하는 부모 혹은 보호자는 콘텐츠의 양과 수익이 일정 기준을 넘어설 경우 지자체로부터 행정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동의 권리, 재정적 의무, 아동 이미지 활용, 규정 위반 관련 처벌 등에 대한 내용을 고지 받는다. 고용 조건이 아동의 학사 일정 및 건강 상태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린이 콘텐츠 제작에 대한 허가와 승인을 받지 않으면 긴급심리에 회부될 수 있으며, 기업의 경우 5년 금고형 및 7만 5.000유로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어린이가 받는 보수는 아역 배우나 모델과 마찬가지로 성인이 될 때까지 신탁계좌에 예치된다. 관련 규정을 위반한 채널에 광고하는 광고주 역시 함께 처벌 받으며 3,750유로(약 503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의 제정으로 앞으로 유튜브 같은 영상 공유 플랫폼은 16세 미만 아동의 이미지를 상업적, 불법적으로 사용해온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윤리 헌장을 채택하도록 장려될 예정이다. 또한 미성년자의 사생활과 이미지 배포 시 심리적·법적 위험에 대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는 플랫폼과 윤리 헌장을 체결하고, 이의 적용 여부와 유효성에 관한 ‘평가 보고서’를 발간할 시청각최고위원(CSA) 같은 규제 당국과 아동보호협회의 긴밀한 협업하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새 법안은 ‘잊힐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 앞으로 아동이 콘텐츠 삭제를 요구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 개인정보 삭제를 수행하지 않거나 요청 후 1개월 이내에 관리자의 응답이 없는 경우 당사자는 해당 문제를 프랑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CNIL)에 회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의 본국인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유튜브, 인스타그램 본사가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주의 아동노동법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강력하다. 아동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일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재정적 권리와 학습권, 노동 시간과 기간을 지켜주기 위한 구체적인 사항이 세부 조항으로 포함돼 있다. ‘쿠건법’ 2)에 따르면 아동 수입의 15%는 성인이 되어야 찾을 수 있는 신탁계정에 예치된다. 유사한 법률이 뉴욕, 뉴멕시코 및 루이지애나에도 존재한다. 캘리포니아는 2018년에 ‘온라인 활동’을 포함하도록 아동노동법을 개정했지만, 아동의 활동이 1시간 미만이며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전통 미디어와는 달리 엄격한 스케줄과 스튜디오 감시가 없는 디지털 콘텐츠는 창작자가 원하면 언제든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허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노동’과 ‘놀이’의 기준은 아직 미흡

이번에 새롭게 제정된 프랑스 ‘어린이 유튜버 보호법’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프랑스 국회는 어린이가 유튜버가 되는 것이 놀이가 아닌 일이라고 보았다. 아무리 일상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촬영한다 하더라도 노력이 필요하고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 유튜버가 된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린이 유튜버 보호법’도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아동이 등장하는 동영상의 수 또는 길이가 특정 기준을 초과하거나 수익이 특정 기준을 초과하면 법적 보호가 시작된다고 하지만, 그 한계를 규정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판단 책임은 행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정부 기관인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에 있다. 이 부분은 향후 시행령 안에 일주일 또는 한 달 단위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의 상한선을 정해 통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라 프랑스 앵수미즈당(LFI) 소속 뮈리엘 레시귀에(Muriel Ressiguier) 의원은 이번 조치가 “플랫폼에 대한 제한이 충분하지 않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프랑스공산당(PCF) 소속 의원 마리-조르쥬 뷔페(Marie-George Buffet)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과 관련한 여러 시사점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어린이 유튜버 보호법’은 프랑스 법에 따라 6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20일부터 실행될 예정이다.

 

 

 

 

1) 영화사, 라디오 제작사, TV 제작사, 음반제작사 및 치안법 제321-8조에 따른 비디오 게임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또는 협회에 16세 미만의 아동을 고용하거나 제작하기를 원하는 이는 기업 본사가 있는 지역의 프레페에 허가 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한다. 기업 본사가 해외에 있거나, 기업의 고정 소재지가 없는 경우, 신청서는 파리 프레페에 제출한다.

인가받은 모델 에이전시 외에 제7123-2조에서 정한 모델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16세 미만의 아동을 선발, 계약, 고용 또는 제작하기를 원하는 자는 허가 신청을 제출해야 한다.

2) [편집자주] 쿠건법: 아역배우 보호를 위한 법안으로, 아역배우가 번 수입을 신탁관리를 통해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할리우드 최초의 유명 아역 스타인 재키 쿠건의 법적 소송에서 비롯된 것으로, 1939년 미국에서 제정됐다.(시사상식사전)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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