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북토크 - 미디어 리터러시 성장의 기회로!

2021. 1. 4. 14:11포럼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온라인 세미나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온라인 북토크-미디어 리터러시 성장의 기회로

민음사 ‘한편’ 세미나: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한편》은 대표적 인문학 출판사인 민음사가 발간하는 인문학 잡지로

매 호마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다양한 학자들이 쓴 글을 싣는다.

책이 발간된 후에는 북토크를 열어 필자가 직접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최근에 열린 《한편》 온라인 북토크 현장을 소개한다.

 

글 김아미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 팀장)


 

 

이번 온라인 북토크는 연구자가 직접 대중에게 말을 걸고,

연구의 언어를 소통의 언어로 바꾸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청중이, 그리고 발표자였던 필자에게도 미디어에 대해 성찰하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는 이상적인 세미나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비대면 모임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많은 포럼, 세미나, 학술행사 등이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음사에서 인문학 잡지 《한편》을 만드는 편집진도 평소 잡지 발간 후 개최했던 북토크를 과감히 온라인으로 옮기는 시도를 했다.인플루언서’라는 주제로 엮인 《한편》 2호에 ‘어린이의 유튜브 경험’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필자는 온라인 북토크의 발표자로 그 용감한 시도를 현장에서 목격하고 함께 경험했다.

 

청중 없는 낯선 세미나

일반적으로 북토크라 하면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 책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기회다. 이런 북토크를 온라인으로 옮겨 디지털이 매개하는 형식으로 바꾸어본다는 것이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참여하는 입장에서도 낯설고 조금은 두려운 경험이었다. 공저자이자 발표자인 나의 걱정을 읽었던 것일까? 《한편》 온라인 북토크를 기획한 담당자들은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 발표자를 비롯한 참가자들의 소통이 원활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예를 들어 북토크 영상 송출 현장에서 북토크 담당자들은 마치 소그룹의 청중처럼 발표를 듣고 호응해 주었으며, 채팅방에서는 청중이 발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들과 부지런히 대화하고, 또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온라인 북토크에서 처음 발표해보는 필자는 왠지 모르게 시간 안에 발표를 마쳐야 한다는 강박과, 청중의 눈과 표정 등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상황 때문에 표정이 굳어지고 말이 빨라졌다. 발표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청중의 존재를 느끼고 긴장이 풀어졌다. 이러한 경험은 온라인 강의나 발표를 할 때 온라인 너머에 있는 청중의 물리적 존재감을 눈앞에 그려보고, 그들의 반응을 상상하며 가상의 쌍방향 소통 공간을 만들어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는 글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소개하기보다 일종의 ‘코멘터리’를 한다는 느낌으로 연구의 맥락과 연구 설계 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연구의 함의 등을 소개하여 독자들이 글을 읽을 때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발표: 어린이의 유튜브 경험

《한편》에 소개한 글은 2018년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발행한 연구보고서 《초등학생 유튜브 문화와 교육적 대응》(김아미, 2018)를 기초로 한다. 이 연구는 초등학생들이 유튜브라는 공간 안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유튜브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어린이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탐색했다. 그리고 선행 연구에서 강조하는 어린이가 경험하는 ‘위험’과 ‘기회’라는 틀을 가지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분석해 이론화하고자 했다.

 

연구를 통해 살펴 본 결과 어린이는 유튜브를 소통 경험 공간,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공간, 비공식적 학습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디어에 대해, 이 경우에는 특히 유튜브에 대해 경험적인 지식을 쌓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현대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생활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미디어라는 공간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적 지식을 쌓아가고, 즐거움과 위험이 공존하는 디지털이라는 망망대해를 홀로 헤쳐 나가고 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위해 기성세대는 이들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아이들이 자신이 경험한 위험과 기회를 표현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공식적인 언어로 이러한 경험을 풀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온라인 북토크를 통해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이번 온라인 북토크의 또 한 명의 발표자는 《한편》 2호에 ‘팔로어에게는 힘이 없다’라는 글을 실은 연세대 독문과 유현주 교수였다. 유 교수의 발표는 우리가 소통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적 특성을 생각할 때 온라인에서 소위 ‘인플루언서’로 불리는 사람들이 실제 소통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매우 중요한 발표였다. 유 교수에 이어 발표한 필자는 (그리고 아마도 짐작컨대 청중도) 그렇다면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구조적 특성은 어린이들의 유튜브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많은 사람과의 소통 기회

인플루언서’라는 큰 주제 안에 두 개 발표가 어우러져 진행된 이번 온라인 북토크는 연구자가 연구 결과를 가지고 직접 대중에게 말을 걸고, 연구의 언어를 소통의 언어로 바꾸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청중이, 그리고 발표자였던 필자에게도 디어에 대해 성찰하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는 이상적인 세미나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온라인에서 열리는 포럼과 세미나가 활성화되고 있는 지금, 교육자이자 연구자인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기여하고 있는 많은 교육자가 자신의 성과와 고민에 대해 소통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다른 연구자 및 연구 커뮤니티와 소통하면서 더 큰 그림 안에서 연구를 맥락화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보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