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독서

2016. 11. 14. 17:00다독다독, 다시보기/읽는 존재

[요약]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전 국민 책 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발표하고 있습니다. 10월의 추천 도서를 소개합니다.



#윤덕노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음식문화는 인류 문명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입니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습니다. 음식을 매개로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하나하나가 곧 문화입니다. 그런데 음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고, 조리법이나 보관법에 따라서도 끝없이 파생됩니다. 또 누가 먹을 음식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구중궁궐의 임금님께 바치는 음식과 감옥의 죄수에게 던져주는 음식이 같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특수한 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음식도 부지기수입니다. 전쟁터라는 극한 상황에서 병사들을 먹이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 낸 음식이 그렇습니다. 건빵, 부대찌개는 비교적 쉽게 전쟁과의 관련성을 예측할 수 있는 음식이지요. 하지만 카레라이스나 팝콘, 과메기는 어떨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이것도 전쟁과 관련이 있는 음식이란 말인가?” 하고 놀랄 만한 것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책에는 그 가운데 52개를 골라 해당 전쟁의 역사를 배경으로 삼아 실증적이고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동서양의 음식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한국 음식에 더욱 비중을 둬 우리에게 더욱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추천위원 :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추기옥 <노년의 삶>


2020년이면 제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선두그룹이 65세에 진입합니다. 운 좋게 정년연장이란 수혜를 받아도 65세면 사실상 근로 현장에서 은퇴가 불가피합니다. 이들 인구가 2030년까지 1,0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대 인구대량 은퇴인 셈이지요.

 

생활을 영위하려면 단기 일자리라도 서성거리겠지만, 근로의 품질과 소득 수준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소득확보의 스트레스는 물론, 불확실성의 시대에 질병·고립에 빠질 이중 함정마저 산재해 있지요. 선배 세대도 이런 노후를 기대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항간에 고령자를 대상으로 무시와 질타를 하는 세대 간 대결구도는 옳지 않습니다. 지금 시급한 건 이해와 배려 그리고 격려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는 전문가답게 노인의 맘과 몸, 처한 상황을 경험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노인이 된 부모에게서 발견되는 문제 행동 및 그 대처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특히 고령 국가의 유력한 사회문제인 치매 대응을 다룬 파트는 꽤 현실적이고 구체적입니다. 전대미문의 고령사회에 봉착한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책으로 고령사회를 이해하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추천위원 :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박한진, 이우탁 <프레너미>

 

경영학에서 종종 등장하는 흥미로운 개념 중 코피티션(coopetition)’이 있습니다.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이 결합한 용어로,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업조직 간의 복합적 관계를 의미합니다. 시기에 따라 사안에 따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이른바 협력적 경쟁의 역설적 전략 내지는 상태를 뜻하지요.

 

경영학자의 입장에서 프레너미(friend+enemy)’는 이러한 접근의 국제관계용 버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이해관계의 막대한 영향 아래 있습니다. 특히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지점에서 긍정적으로는 전략적 위치, 부정적으로는 애매한 자리에 놓이게 되지요.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매우 정태적이고 단조롭다고 말합니다. 프레너미라는 틀에서 미국과 중국의 역설적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관계의 이면에 놓인 양국의 실제 상황과 복잡한 셈법 등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코피티션과 프레너미 개념은 이런 역설적이고 복합적인 관계성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양 주체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관계성의 영향을 받는 절실한 이해관계자 즉, 우리나라 같은 대상에 대해서는 구체적 시사점을 제시하지 못해왔습니다. 이 책은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실질적입니다. 양국의 프레너미 관계가 우리 이해관계 실현 정도를 결정짓기에 우리 인식과 대응의 최적 안에 대해 답하고자 노력합니다. 여느 전문 서적 못지않은 깊이와 여느 프로그램 못지않은 생생함이 있는 대담집입니다.

 

추천위원 :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